“나오느니 한숨뿐”…최순실 사태 속 물가도 ‘들썩’

장바구니 물가 급등에 맥주‧음료 등 가격인상, 서민 살림살이 ‘팍팍’

지난 3일 서울 이마트 수색점 정육코너에서 소비자들이 40% 할인행사 중인 돼지고기를 구입하려고 줄을 서있다. 정재훈기자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이마트 수색점.

배추와 무를 고르던 주부 강모(46.마포구 성산동)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여기에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오른다니 당황스러워요”

강 씨는 “나라 상황이 안좋은데 이런 저런 영향 때문에 다 오르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교육비건 물가건 안뛰는 게 없는 것 같다. 월급장이만 봉이고 없는 사람만 힘들어지는 듯해서 속상하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40% 할인행사 중인 돼지고기를 구매한 정모(54.은평구 수색동) 씨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할인상품을 골랐다”면서 “살기는 힘들고 월급은 한정돼있고, 물가는 계속 오르고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물가는 크게 꿈틀거리고 있다.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채소류 등의 가격 폭등과 함께 식료품들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1일부터 전 제품의 출고가를 4년3개월만에 평균 6% 인상했다. 업계 1위가 먼저 치고 나간만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경쟁사의 인상도 시간문제다.


소주의 경우 지난해 말 1위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올리자 롯데주류, 무학, 보배 등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이마트 수색점의 맥주 진열대. 오비맥주는 지난 1일부터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정재훈기자
식음료 역시 과자, 빙과류 등의 가격 인상에 이어 지난 1일 코카콜라와 환타가 1년10개월만에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했다.

모두 원재료 등 제조가 상승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라면 가격 인상설까지 돌고 있다.

여기에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부터 평균 6.1% 올랐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까지 앞두고 있다.

지난해 0.7%, 올 상반기 0.9% 상승에 그친 소비자물가는 위로 튀어오를 채비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올랐다.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9월(1.2%)에 이어 두달째 1%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는 5.3%, 채소 등 신선식품은 15.4%나 올라 서민 살림살이를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김장철을 맞았는데 배추와 무 가격은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뛰었다.

반면 임금은 정체되고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부채는 1년 만에 10% 이상 늘어 올해 말 1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167.5%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 2분기 대출자의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7206만원으로 박근혜 정부들어 4년 만에 24%나 증가했다.

서민들의 불안과 원성은 커지고 있다. 주부 민모(69.수색동) 씨는 “물가가 오르는데 어떻게 웃는 얼굴로 장을 보겠느냐”면서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가격을 앞다퉈 올리는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물가는 잡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동향분석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 미만에서 내년에는 1%대 중반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서민들은 소득이 더디게 늘고 빚도 많은 상황에서 생활물가가 크게 올라 물가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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