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백 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장례식장 지하 1층 안치실에서는 유족들이 백 씨의 관구와 영정 사진을 둘러싼 가운데 간단한 의식이 치러졌다.
안치실 밖에서는 상의와 하의 모두 검정색으로 맞춘 시민 50여명이 백 씨의 관구가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온 김모(57·여) 씨는 "정부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백 씨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뒤 "마지막 가는 길마저 지켜주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왔다"며 손수건으로 코와 눈을 훔쳤다.
고인이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관구만 바라봤다.
색이 바라진 빨간 가방을 맨 한 할머니는 지하주차장 손잡이를 짚어가며 행렬을 놓칠 새라 잰걸음으로 따라갔다.
행렬 뒤를 따르던 시민들도 관구가 운구차까지 이동하는 장면을 휴대폰에 담았다.
이후 백 씨의 관구는 검정색 운구차에 실려 장례미사를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대성당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명동대성당 안에는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퇴진!'이라고 적힌 검정색 근조를 오른쪽 가슴에 찬 어르신들과,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하얀 종이를 들고 있는 어린 중학생까지 수백명의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에서 "백 씨의 외침이 살수에 의해 잔혹하게 죽어야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느냐"면서 "아직 아무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고 공식적인 사과가 없다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0분, 장례미사가 끝나자 백 씨의 관구를 실은 운구차는 종로1가를 통해 종로 르메이에르 건물로 출발했다.
백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이 건물 앞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317일 만인 지난 9월 25일 숨졌다.
운구차 뒤에는 상여와 함께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100여명이 뒤를 이었다.
그 옆은 백 씨의 유족들이 '백남기 농민을 지켜주신 국민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렬에 동참했다.
이날 운구행렬에는 문재인 전 의원과 정의당 운소하 의원 등 정계 인사도 참석했다.
오전 11시 30분부터는 종로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서 고인에 대한 노제가 시작됐다. 노제는 상여가 장지로 가는 도중에 거리에서 지내는 제사이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인에 대한 영결식이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