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때 이상으로 금융시장에 큰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대선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두고 미 연방수사국의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방침 발표가 있자 그동안 대선레이스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던 클린턴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그에 덩달아 전세계 금융시장도 크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코스피가 1,980선대로 추락하고, 코스닥지수는 600선 붕괴직전까지 갔다.
주가 하락에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내 정치 불안과 국내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점 등의 요인도 작용했지만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점에서는 대선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형국이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 금융시장이 이렇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브렉시트 투표결과의 악몽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현재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반사효과라고 할 수 있다. 예측이 가능하고 무난한 힐러리 쪽이냐, 예측가능성이 많지 않은 트럼프 쪽이냐가 관건인데 이번에 여론이 바뀌면서, 힐러리 가능성이 높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라는 부분이 단기적으로 모니터링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예상 밖으로 트럼프 당선 결과가 나온다면 브렉시트 결정 때처럼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브렉시트 결정 때 충격이 단기간에 그친 것처럼 그 충격이 길게 가지는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대선 결과 미국의 경제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금융시장도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당선을 바라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것은 최악의 카드는 피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힐러리가 당선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꼭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러리 정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이기 때문이다.
정용택 투자전략팀장은 “힐러리 정책 중 유일하게 오바마 정부와 방향을 달리하는 부문은 무역정책이다.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했던 현 정부와 달리 힐러리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바마가 준비하고 있는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를 반대하고 대통령 직속 무역집행관을 설치, 증원하는 등 자국인에게 불리한 무역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힐러리와 같지만 모든 수입품에 관세 20%를 부과하고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그 수준이 과도해 만약 트럼프가 당선돼 그대로 시행된다면 우리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실제 정책으로 입안되는 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경우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이다.
“트럼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트럼프가 내논 공약이 정책으로 완결성이나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매우 즉흥적으로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 모른다. 보호무역을 얘기하고 있지만 강도가 일반적인 협의를 넘어가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해당되는 면으로 보면 안보 등에서 비용부담증가 등을 두서없이 얘기하고 있다. 실제로 만약 당선돼서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실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미국 정책이 어떻게 구성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우려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정용택 투자전략팀장은 말했다.
힐러리가 되든 트럼프가 되든 어떤 경우에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무역환경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에대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