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염려"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 등의 최상급에 가까운 표현을 동원하며 용서를 구했다.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받겠다고 했고, 잘못이 있다면 자신을 포함한 누구라도 책임지겠다고 했다.
열흘 전 녹화방송과 달리 생중계 방식이었고 분량도 1분 30초에서 9분으로 대폭 늘어났다. 발표를 마친 뒤엔 단상에서 걸어 내려와 고개를 숙이는 제스처도 추가했다.
야당 관계자는 "아직도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국민 인식과 거리가 먼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여전히 의심받는 이유는 또 있다. 최순실씨와 그 주변 인물들의 호가호위형 개인 비리로 책임전가하려는 의도가 너무나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었다는 1차 사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고 변명했다.
의도는 좋았고 결과가 나빴을 뿐이라는 인식은 그대로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과 최씨의 연결고리를 잘라 버렸다.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한 것도 관리 책임이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는 결백하다는 강변이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사건의 성격을 규정한 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혀 수사지침을 하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고 말해 최씨가 청와대를 '왕래'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특수한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성적 접근이 앞으로도 계속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역대 최악인 5%까지 내려갔다. 열흘 전 사과의 내용이 곧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는데도 묵묵부답하다 2차 촛불시위를 앞두고서야 추가 사과한 것에 민심은 영 떨떠름하다.
본인의 잘못이 이미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반성을 넘어선 참회보다는 오히려 변명에 급급하며 울먹이는 것도 보기에 딱하다.
대통령을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드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그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