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태민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해 만든 보고서로, 1989년 10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4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일명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과 한국문화재단 내부에서 '최 회장'으로 불리며 재단의 요직에 측근을 배치시켜 재단운영에 깊숙히 개입해 온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는 최씨가 외부에서 자신을 '박근혜 씨의 후견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으며, 아내에게 박근혜 씨의 생필품을 제공하게 하는 식으로 관계를 이어나갔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최씨는 당시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신임하는 박 대통령을 이용해 각종 비리를 저질러 재산을 축적해온것으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는 "박근령·박지만 씨가 1990년 8월 '최씨가 육영사업(육영재단), 문화재단(한국문화재단) 등의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식으로 재산을 축적했다'고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씨의 만행을 고발하는 호소문을 보냈다"고 설명돼 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최씨가 박근혜 씨에게 최면을 걸어 육영수 여사의 환상이 나타나게 해 환심을 사고 있다. 박근혜 씨는 최태민 씨가 신의 계시로 자신을 위해 헌신해 (최씨를)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 모든 일을 그(최씨)의 조언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라며 "최씨가 각종 재단 운영에 관여하면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태민 씨는 '신의 계시'를 빙자해 박 대통령과 그의 동생 박근령·박지만 씨를 비롯해 다른 외부인과의 접촉도 막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최 씨가 박근혜 씨에게 '신의 계시로 몇 년만 참고 기다리면 여왕이 될 것이므로 친·인척 등 외부인을 만나면 부정을 타게 되니 접촉을 피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최씨가 '세계 정세가 여성 총리가 동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영국의 대처 총리, 파키스탄의 부토 총리가 탄생했는데 1990년대 초에는 우리나라에도 여성 총리가 나오게 되는데 그 인물이 박근혜'라고 예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만 씨가 "누나가 최태민의 꾐에 빠져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아 사전 약속 없이는 집에서도 만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