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조금 이상해요"
안양 KGC인삼공사의 빅맨 오세근은 2011년 프로농구 무대에 데뷔해 첫해 우승을 경험했고 신인왕과 챔피언결정전 MVP도 거머쥐었다. 안 해본 것 없을 것 같은 오세근에게도 생소한 경험이 있다.
바로 팀이 단독 1위를 질주하는 것이다.
KGC인삼공사는 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원정경기에서 94-70으로 승리해 시즌 전적 4승1패로 단독 1위에 올랐다.
KGC인삼공사가 정규리그에서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11월28일 이후 무려 2,897일만에 처음이다.
14점 12리바운드를 올려 팀 승리에 기여한 오세근은 "단독 1위는 데뷔하고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웃었다.
KGC인삼공사는 오세근을 필두로 양희종, 이정현, 데이비드 사이먼, 키퍼 사익스, 김기윤 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멤버만 놓고 봐도 우승후보다. 특히 막강한 공격력이 장점이다. 화력을 바탕으로 시즌 초반 승수쌓기를 하고 있다.
오세근은 "비시즌에 연습했던 공격이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며 "사이먼과 사익스 선수가 워낙 공격력이 좋다. 이정현도 있어 공격이 많이 분산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수비만 조금 더 보강된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득점에 욕심이 없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를 상대하는 팀들은 오세근이 위협적이라고 말한다.
오세근은 "나는 지난 시즌과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팀이 워낙 외곽 위주로 공격을 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공격 욕심을 많이 부리지는 않는 것 같다. 외국인선수와도 매치업이 자주 되기 때문에 리바운드와 같은 부분에 집중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우니 경기가 술술 풀린다. 오세근은 올해 5경기에서 평균 30분을 뛰어 15.8점, 8.6리바운드, 2.2어시스트, 야투성공률 60.8%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득점과 리바운드, 야투성공률 모두 데뷔 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경기에 뛰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오세근에게는 부상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오세근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완벽한 몸 상태였던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원정 기간에 재활을 못하는 게 문제인데 그동안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하다 보니까 계속 좋아지는 것 같다. 지금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1위를 경험한 오세근.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세근은 "시즌 초반이지만 계속 꾸준히 지켜나가면 좋겠다. 원정 3연전이 시작됐는데 최대한 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독님과 코치님, 선수들 모두 한마음 한뜻이기 때문에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실제로 한마음 한뜻이다. 오세근의 각오는 김승기 KGC 인삼공사 감독의 1라운드 목표 승수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김승기 감독은 "1라운드에서 최소 6-7승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8승까지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감이 물오른 KGC인삼공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