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2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주최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것이 알고 싶다-시민이 제안하는 최순실 국정농단 10대 의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책회의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총 12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회의가 발표한 의제는 다음과 같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외교 사안에서 대통령은 어디까지 최순실에 의존했는가 △예측할 수 없고 돌발적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최순실의 영향인가 △재벌과 대기업들은 최순실과의 거래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최순실·차은택이 사유화하고 검열한 문화·행정 사업의 끝은 어디인가 △이화여대 정유라(최순실 씨 딸) 특혜의 배경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최순실의 청와대·공직 인사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했는가 △공영방송은 최순실 인사 전횡에서 자유로웠는가 △최순실과의 관계에 침묵하는 자는 누구인가 △산적한 의혹 규명에 나선 검찰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등 모두 10가지다.
언론노조 김동원 정책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드러나야 할 부분과 시민들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두 가지를 기준으로 선정했다"며 "어떤 분들은 세상이 나아지니까 뒤늦게 (언론이) 뭘 하려고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어떻게 언론이 가만 있나.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언론노동자들에게 힘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10대 의제가 기사화되는 게) 반드시 관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전방위 의혹 속, '시민 알권리' 대신할 언론 필요"
대책회의는 "혼란스러운 언론 보도, 쏟아지는 전방위 의혹, 흉흉한 음모론까지 떠도는 지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언론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진정한 '시민의 알권리'를 대신할 언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 역시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저희들은 그동안 잘 아시는 대로 언론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 왔다. 그 이유는 언론이 힘이 세기 때문이다. 언론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제발 제대로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 드러난 수많은 사례를 봤을 때 박근혜는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었다. 청와대가 움직였던 데는 (최순실 씨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밝혀내는 것이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세월호 특검·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재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요구했다.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문제를 다뤄온 평화네트워크의 정욱식 대표는 F35기종 결정 과정, T50 사업,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개성공단 전면 중단, 사드 배치 결정 등 5가지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정욱식 대표는 "북한이 올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쐈다. 하지만 개성공단(폐쇄여부)은 논의안건이 아니었다. 그게 불과 이틀 사이에 극적으로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대통령 결단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다. 사드 관련해서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대정부 질의해서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틀 후 NSC 회의에서 국방부가 제출한 안건에도 사드는 포함 안 돼 있었다. 사드 배치 발표하던 날 외교부장관도 바지 수선을 하러 갔다고 했다. 주무부처 장관들이 이러고 있는데 전격적인 발표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대통령이 내치에는 손을 떼고 외치에만 신경써야 한다고 하는데, 내치와 외치는 분리되지 않는다.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도 손 떼야 한다. 그 길은 대통령 퇴진에 있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결국 박근혜, 최순실이 노린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의) 13조 예산이었다. 이처럼 문화체육예술이 정부에서 중요하게 인지된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며 "그동안 문화정책 감시와 개혁 계속 요구해 왔는데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파악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 체육정책의 경우 올림픽 같은 국가행사에 찬양일색 기사만 쏟아졌지 언론의 '감시'가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정말 언론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시민들이 비상시국이라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에서, 언론인들과 함께 비상시국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