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넘긴 새누리…당·청 동반침몰 위기

4일 의원총회서 수습책 찾을지 초미관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수습책을 내놓기는커녕 내홍을 거듭하고 잇단 악수까지 두면서 동반침몰 위기에 몰리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 사퇴 등 쇄신 요구가 있긴 하지만 주류 친박의 기세가 너무 완강해 이미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현 대표는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한 배를 탄 심정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지만 별 울림이 없었다. 오히려 난파선의 승객들처럼 당 분위기는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 당 지도부 사퇴 요구에 주류 친박은 버티기 일관

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는 쏟아지는 사퇴 요구에도 "배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말로 사퇴를 거부했다.

"선장으로서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제주도까지 갔으면 좋은데 잘못가서 선장도 당혹스럽고 불안하다"는 이 대표는 중진의원들에게 "선장과 승무원의 자세로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비박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비박계 중진들은 면전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 문제로 회의 도중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정병국 의원은 지난 2011년 디도스 사건으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났고, 재보궐 선거가 재신임 계기가 돼 지도부가 와해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을 했고, 과거 무슨 일을 했고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까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또 "이 대표는 대통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오늘 아침 최고중진회의에서 쪽지를 통해 내각 인선을 뒤늦게 알았음을 스스로 입증해 의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자 이 대표는 "제가 도둑질이나 하고 누구와 연관된 것처럼, 과거에 뭐 있었는데 안 하는 것처럼 공식 석상에서 적절치 않다"며 "있는 대로 말하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회의 직후 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거국중립내각의 핵심인 야당과의 일체의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발표는 대통령의 변함없는 불통만 드러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 맞게 국회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여당 엇박자에 최순실 게이트는 하야 정국으로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놓고 당과 정부, 친박과 비박계가 대립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은 '하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당초 새누리당은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무렵, '식물' 청와대를 대신해 여당의 외연을 넓히면서 정국을 이끌겠다는 계획이었다. 청와대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청한 것도 국회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셈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비박계가 그동안 최순실 의혹에 적극 방어막을 폈던 친박 지도부에 '공범'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사퇴를 주장하면서 수습책은 커녕 계파 갈등만 노출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의 언쟁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기에 2일 단행된 청와대 내각 인선은 게이트 정국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가 추천한 '김병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국회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선을 단행한 데 반발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박 대통령에게 개각 철회를 공식 요구하는 한편,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 등 개각 인사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거부할 방침이다.

◇ 새누리 4일 의총…계파 갈등 속 수습책 찾을지 미지수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순실 정국 수습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간 이정현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연판장을 돌리는 등 사퇴를 압박해 온 비박계는 이날 의총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지난 1일 회동에서 지도부 사퇴 입장을 정리한 비박계 의원들은 오는 3일 모임을 갖고 청와대 내각 개편과 야권의 박 대통령 하야 촉구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황영철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개각과 함께 야당의 하야 요구에 대해서도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여당 입장에서는 하야 주장까지 동의할 수 없지만 민심을 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도 2일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2시간 넘게 내각 후폭풍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박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선제적 조치를 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만시지탄 상황이지만 늦게나마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가 의원총회에서 마련될 것"이라며 의총 결과에 따라 향후 여야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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