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기다려 주세요(One moment, sir)”라고 말한 그녀는 ‘잠시 후’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성함을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미 CNN방송이 미국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사연을 소개하며 "이 두 사람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후보와 중간 이름의 이니셜만 다른 트럼프씨는 버지니아주의 ‘이노바 스카 암 병원( Inova Schar Cancer Institute)’를 운영하는 40년 경력의 의사다. 그는 다음주 화요일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이지만 과거에 ‘그 도널드’를 기부행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CNN은 그의 나이는 보도하지 않았다.
닥터 트럼프가 기업가 도널드 트럼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70년대 말 뉴욕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에 그가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두 트럼프씨는 간헐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왔다고 CNN은 전했다.
2010년에 기업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닥터 트럼프에게 부탁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닥터 트럼프가 당시 일하고 있던 버팔로의 로스웰 파크 암 병원(Roswell Park Cancer Institute)에서 자신의 친구 아들이 시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닥터 트럼프는 전화를 받을 당시 이미 그 젊은이의 치료 참여 절차가 잘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닥터 트럼프는 그러면서 당시 근무하던 로스웰 파크 병원이 기금 마련을 위해 ‘머리를 깎는’ 기부 행사를 진행한다고 기업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설명했다. 기업가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유명한 머리칼과 작별하기를 정중히 거절했지만 나중에 기부행사가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동영상을 보내왔다고 닥터 트럼프는 말했다.
두 사람은 이 기부행사 이후에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다. 닥터 트럼프는 트럼프 후보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자기 자랑을 했다는 암시를 했지만 그가 선거운동과정에서 처럼 현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며히 성공한 사람이고 내가 그의 성공을 안다는 것을 확신하며 즐거워했다”고 닥터 트럼프는 말했다.
이런 인연에도 불구하고 닥터 트럼프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는 진보성향이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녀의 부모들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알칸사스 주지사의 부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필립 클린턴씨는 그녀의 이름이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CNN에 확인해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1993년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클린턴 양의 어머니가 대통령 부인에게 딸의 이름이 같다고 편지를 보냈다.
영부인은 “다른 힐러리 클린턴이 있다니 아주 재미있군요!”라며 “우리는 언젠가 만나게 될 거예요”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던 1998년에 영부인과 같은 이름을 쓴다는 사실이 당시 7살난 초등학생이었던 클린턴양에게는 문제가 됐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몰랐고, 농담들도 이해 못했어요.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원한 게 아니었고. 그래서 몇 달동안 이름을 바꿨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지금 하는 일엔 아티스트들과 대리인들을 연결해주는 업무가 포함돼 있다. “내 이메일이 가끔 무시돼서 여러번을 보내야 해요. 사람들이 내가 선거운동원이거나 내 메일이 스팸인 것으로 생각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최근 관여하고 있는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한 프랑스 공연자는 “그녀 이름이 농담 아니냐고 대리인에게 물어봤었다”고 CNN에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이름을 소셜 미디어에서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 계정에는 수많은 힐러리 클린턴 관련 포스팅이 달려요. 긍정적이고 또 부정적인 풍자그림과 사진들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페이스북 계정은 가짜로 여겨져서 정지됐다. 그녀는 페이스북 관계자들에게 자동차 운전면허증 사본을 몇 년전에 보냈지만 다시 정지됐다. 그래서 요즘은 “힐 클린턴(Hill Clinton)”으로 계정을 열어 사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듣고 있다면 내 이름을 돌려줘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클린턴 양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무서워서” 찍지 않겠지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이 되면 더욱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고민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난 망했어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이긴다면 내게는 일이 더 나빠질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