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앞세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이다.
즉 민간인 최씨는 안 전 수석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박대통령에 대한 수사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최씨에게 '뇌물죄'(제3자뇌물제공)대신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 주요 수석과 장·차관을 동원해 국정을 농단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마치 '개인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잡범화'한다는 비아냥이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출석에 앞서 지인들에게 "나는 대통령 지시받고 미르·K스포츠재단 일을 했을 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직거래 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으로 근무했지만 대통령 비선실세인 최씨의 하수인이나 다름 없이 행동한 정황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 조모 대표는 "재직 시설 안종범 수석,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종 전 차관을 만났다. 이는 모두 최순실씨의 지시였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최순실씨가 공직 신분에 있던 안종범·김상률 전 수석과, 김종 전 차관을 부리며 재단 모금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과 증언들이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기업에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안 전 수석을 부리고 그 돈의 수령처로 두 재단을 만든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최씨가 청와대 수석인 안씨로 하여금 기업들을 강요한 뒤 돈을 받았다면 당연히 '제3자뇌물제공죄'가 적용돼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들 자신이 스스로 재단 운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청와대에서 돈을 내라고 하지 않았다면 어떤 기업이 돈을 냈겠냐"며 "스스로 운영도 하지 않는 재단에 여러 기업이 자발적으로 돈을 동시에 냈다면 그 기업은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재단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운영주체는 결국 퇴임 후 박근혜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수재 의연금'이라면 모르지만, 재벌들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재단 모금을 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며 "이해타산을 보고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안 전 수석을 통해 두 재단에 돈을 건넨 것이므로 당연히 뇌물죄"라고 잘라 말했다.
◇ 광역 단체장이 자신이 운영했던 학교에 기업 돈 출연을 요구한다면…
예를들면, 어느 광역 단체장이 있다고 치자. 이 광역단체장은 선출 전 학교법인을 운영했다.
재단법인이므로 광역단체장은 당연히 소유권을 갖지 않았지만, 재단 이사장은 물론 이사에 대한 선임권을 행사했다. 그는 실질적인 재단 운영주체이다.
그런데 단체장으로 선출돼 관내 기업들에게 "학교법인에서 장학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출자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이 광역단체장은 당연히 '뇌물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이미 K재단 실질적 운영주체는 최순실씨로 드러났고 최씨와 안 전 수석은 기업 모금 과정을 박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기업인들에게 투자 확대를 부탁했다"며 재단에 돈을 내도록 관여한 사실을 자백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최씨에 대해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박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는 이유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제기됐을때부터 "할 것은 다하고 있다"면서도 늑장 압수수색과 소극적 수사로 국민적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