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 "박 대통령, 검찰수사 받고 하야 카드 꺼낼 것"

[노컷 인터뷰 김진명 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와 차기 대권 향방

권력층의 깊숙하고 은밀한 이야기를 파헤쳐 온 작가 김진명이 수렁에 빠진 한국 사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CBS노컷뉴스는 2일 그와 벌인 인터뷰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와 차기 대권 향방'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해법'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주제로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박 대통령, 검찰수사 받고 하야 카드 꺼낼 것"
(계속)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 개명 후 최서원) 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작가 김진명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대통령이 범여권의 압박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진명은 "저는 이미 (지난 2012년) 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나서 처음 장관 몇 사람을 임명하는 조각을 보고 '이거는 뒤에 뭐가 있구나'라고 여겼다"고 전했다.

"그때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이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던 권영세 씨예요. 그야말로 실세였죠. 그는 그때 의원도 아니었으니 본인도, 언론도 입맛대로 자리를 골라서 입각할 것으로 봤죠. 본인 스스로도 '통일부가 국방부, 외교부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한다. 통일부장관이 돼 남북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아니었잖아요. 저는 이미 그때 다른 부서의 개각이 한두 차례 조각되는 걸 보고는 권영세 씨에게 '당신에게는 입각 제의가 안 올 것'이라고 말했어요. 모두가 그의 입각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었으니 본인도 깜짝 놀라더군요. 그래서 그에게 '중국대사로 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뒤에 숨어 있는 자들이 입각을 조각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간파했다"는 것이 김진명의 표현이다.

"그때부터 이미 이상했어요. 내내 조각이 이상했던 거죠. 그 조각들을 그자들(비선 실세)이 개입하지 않고는 박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죠. 모든 대통령이 원래부터 해 온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모든 일에 (비선 실세가) 관여하고 있었으니 남북 문제를 비롯한 중요한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거죠."

김진명은 박근혜 정권이 차기 대권 전략으로 북한과의 극심한 대립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공격하도록 하는 시나리오까지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박 대통령의 대선 전략은 북한과의 관계를 굉장히 다급하게 몰고 가면, 북한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게끔 환경을 만들면 친박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와도 당선이 된다는 것이었죠. 남북 관계가 긴박해지고 안보 문제가 살벌해지면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불통마저도 카리스마로 보게 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안보는 모든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대통령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심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러면 친박 사람을 내보내 당선시키겠다는 것이죠. 한반도를 굉장히 급하게 몰고 가는 것, 심지어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공격하게 하는 시나리오까지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 농단 사태로) 그런 대선 시나리오가 다 깨졌어요."

김진명은 "박 대통령이 불러온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야권으로서는 박 대통령을 (자리에) 계속 붙들어 두는 것이 대선에 유리합니다. 완전히 식물대통령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하야로 털어버리게 되면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고 새 출발을 할 여지가 커지니까요. 야권에게 불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야권의 일부 전략가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붙여 놓으려고 할 겁니다."

그는 "오히려 여권, 범보수층에서 압박해 박 대통령을 검찰 수사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본인이 하야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능성은 굉장히 큰데, 박 대통령에게 하야라는 딱지가 붙으면 새누리당은 굉장히 자유로워집니다. 박 대통령을 계속 데리고 가면 굉장히 불리하니, 보이지 않는 범보수층의 힘은 검찰이 박 대통령을 수사하고, 수사 즈음 박 대통령이 하야 카드를 꺼내면서 마무리짓는 쪽으로 작용할 겁니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내년 대선에 있어서 북한에서 굉장히 급한 변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야권에 유리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게 문제예요."

◇ "국정농단 사태, 대권 정국서 범여권에 유리한 판 될 수도…새 인물 등장 가능성 커"

작가 김진명(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여권에 대권 인물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진명은 "범여권이 국정 농단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으로 가져가면서 외부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그는 여권 '대망론'의 주인공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에 들어가려 하겠나. 반 총장 자체도 상당히 영향력이 약한 사람인데, 들어가 본들 친박과의 결합 또한 불리한 상황이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반 총장이 보인, 리더로서 세 가지 결격 사유를 들며 긴 시간을 할애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지난번 반 총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충청도와 경상도를 방문했습니다. 그 얘기는 이 사람이 머릿속에서 지역 선거를 꿈꾸고 있다는 거죠. 유엔 사무총장 정도 되면,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이라도 한국에 와서 어디를 방문해야 한다고 하면 세월호 현장을 가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쓰라린 가슴,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고 미래의 비전을 보일 수 있으니까요. 정치 아마추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이 충청도와 경상도만 방문했다는 것은 시각이 굉장히 고루하고 새 시대의 리더로서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죠."

남북 관계에 대한 반 총장의 태도는 김진명이 지목한 두 번째 결격 사유다.

"우리나라가 좋든 싫든 간에 전 세계와 협력해 북한을 굉장히 압박하고 있을 당시, 한국으로서는 그 결정이 잘 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온 국민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을 때잖아요. 당시 우리는 6자 회담도 하고, 또 북한이 마지막까지 대화를 하자고 여러 번 신호를 보내왔지만 북한에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해 북한을 압박할 때였어요. 그때 반 총장은 뜬금없이 남북 관계 메신저가 되겠다고 했죠. 이는 한국 상황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증거예요. 남북의 메신저가 되겠다면 최소한 유엔 사무총장을 하는 동안 북한을 방문하든지 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이 남북 관계나 외교 관계에 대해 치밀한 계획과 힘이 있지 않고, 상당히 겉도는, 립서비스만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 거죠."

그는 마지막으로, 반 총장이 지난 6월 방미 중이던 당시 무소속 이해찬 의원과 만나기로 해놓고는 이 의원이 "외교관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즉각 만남을 취소한 일을 꼽았다.

"그럴수록 더 만나서 귀를 기울이고 하는 게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리더에게 바라는 모습이잖아요. 그런데 반 총장이 그렇게 어린 아이처럼 노는 걸 보고 '저 사람에게 과연 나라를 맡길 수 있나' 싶었죠. 그러면서도 말로는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다음에는 꼭 만나고 싶다'는 립서비스를 했어요. 그야말로 기름장어입니다. 기름장어라는 말 자체가 못 믿을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반 총장은 지지세력이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한마디하거나 동작을 하나 취할 때마다 그것을 까먹게 돼 있어요. 실력이 너무 안 된다는 게 드러나는 거죠."

김진명은 "여당 내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그저 박 대통령에게 반대하기만 했지 당을 이끌어가는 장악력이라든지 비전을 못 보여준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나와서 대선에 이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인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전혀 새로운 후보를 끌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새누리당과 범보수의 결집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큰 거죠. 결국 범여권은 이번 대선 판을 준비하면서 외부에서 영입하는 후보가 더 경쟁력 높다는 쪽으로 몰고 갈 겁니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가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그런 싸움이 되도록 (사태의 성격을) 바꿔가는 측면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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