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수석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리자,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욕설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사랑 노름하는 곳이냐! 거짓말이나 하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의 날카로운 외침을 뒤로하고, 안 수석은 검찰청사 안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다 200여 명의 취재진 앞에 가로막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에 지시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전 수석은 조용히 입을 뗐다.
"침통한 심정입니다. 잘못한 부분 책임지겠습니다."
이후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냐', '최순실씨를 모르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 담담하게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답하는 안 전 수석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또 전경련을 통해 두 재단의 자금 모금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안 전 수석이 두 재단 자금 모금을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의혹은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주변 인물들에게 "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 "최씨와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안 전 수석이 검찰에서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도 어려운데다, 무죄를 주장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취재진을 따돌린 안 전 수석은 유난히 무거운 발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