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정병국 의원이 이 대표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당) 일각에서 분란이 되는 당 지도부 사퇴 얘기, 이것은 친박-비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 역사를 돌아보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위기에서 극복하고 구해낸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11년 디도스(DDOS) 사건으로 홍준표 대표가 물러났고, 각종 재‧보궐 선거가 '재신임' 계기가 돼 지도부가 와해됐던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위기보다 더한 현 시점에서 이 대표의 퇴진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을 했고, 과거 무슨 일을 했고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까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자신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당신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라며 "말싸움하러 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다툼을 피했지만, 이 대표는 "개인의 명예가 걸려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무엇을 지적하려 했는지 말하라"고 재차 다그쳤다.
김정훈 의원이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해 고성이 오가는 상황은 일단락됐다. 새누리당으로선 지난 김무성 대표 시절 최고위원 과반 이상이 친박계로 채워져 회의 과정에서 비박계인 김 대표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가 잦아 '봉숭아 학당' 리더십 비판을 받았었다.
때문에 집단지도체제에서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탈바꿈했지만 또 다시 불썽사나운 다툼 장면을 노출했다.
정 의원으로선 이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홍보 수석 등을 역임한 만큼 책임이 있다는 취지를 지적한 발언이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과 최순실씨의 연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격한 반감을 쏟아냈다.
이날 회의에선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박계와 퇴진은 사태 수습 후에 해야 한다는 비박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재경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따른 이 대표 퇴진의 당위성', 심재철 의원은 '미르‧K스포츠 관련 의혹 국정감사에 대한 지도부의 증인 채택 만류', 주호영 의원은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이 대표이 책임' 등을 근거로 퇴진을 압박했다.
그러자 친박계 홍문종, 정갑윤 의원 등이 "최순실 게이트에 새누리당 전체의 책임이 있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범(凡) 친박인 정우택 의원은 "당장 사퇴할 수 없다면 사퇴 수습을 한 뒤 거취를 정하겠다는 로드맵이라도 밝히라"고 촉구했다.
결국 이 대표는 사태 수습 후 거취 문제를 다시 얘기해달라며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 자신과 지난 8‧9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인사들을 거론하며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회의가 난장판으로 흐를 즈음 누군가 "김병준이 총리에 임명됐다"고 알렸다. 그러자 정병국 의원은 다시 "이 대표는 총리 발표를 사전에 알았느냐"며 따진 뒤 "대통령에게 직언하자는 중지를 모으려 하는데 이런 식이면 회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등 국회와 사전 동의 없이 또 다시 일방통행식 인사를 단행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다. 총리 발표에 앞서 정 의원은 이 대표에게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 중립내각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한다"며 직언할 것으로 요청했었다.
개각 단행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당의 '직언' 요구가 실효성 없는 방법이란 것이 입증되면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주요 중진 의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유 의원은 회의장에서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최고‧중진 회의를 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발표한 것은 좀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