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총리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로 함께 발표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김 총리내정자의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인사인 김 내정자를 총리로 기용하고, 김 내정자가 실질적인 국무위원 추천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향후 '김병준 내각'에 대한 야권의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동시에 혼란스러운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야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내보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참모진 확충보다 정부 체계를 먼저 갖췄다는 점에서 국정을 우선시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쪽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김 내정자를 총리감으로 천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착상태에 있는 여야의 거국내각 협상에서 야권 인사를 먼저 내밀고 야권의 협력을 요구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대외적으로 '우리가 한발 양보했다'는 인상을 남길 기회도 생긴다.
이날 개각은 박 대통령이 이같은 여당의 건의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은 물론 거국내각인지 책임총리 정부인지 김병준 내각을 놓고 벌어질 논란을 기회 삼아, 청와대를 향한 최순실 책임론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얻게 된다.
문제는 이번 총리 인선 과정에서 야권이 배제됐다는 데 있다. 야권은 즉각 검찰수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야당과 협의조차 없이 '나홀로 인사를 강행'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전횡을 눈감은 문화체육관광부, 최순실 딸의 학사 특혜 등을 방치한 교육부 장관이 유임된 이번 개각의 내용 자체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내각이 무슨 거국중립내각이냐"고 비판해온 야권으로서는 김병준 내각에 대한 협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의 개각 단행에 대해 "제2차 최순실 내각 만든 느낌이다. 정국수습이 아니라 정국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거듭 일방통행식의 국정기조를 드러냈다면서 '하야'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며 "독선적인 대통령에게 정말 절망을 느낀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더 크게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촛불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