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총리 외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민안전처 장관을 교체했다.
이날 부분 개각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도 직전에야 통보를 받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심상치 않은 민심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거국중립내각 주장이 나왔지만,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촛불민심'과의 전면전을 택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비슷한 시각에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당·청간 운명공동체를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제 모든 상황이 분명해졌다"면서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김병준 내정자가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물망에 거명됐던 국민의당은 더욱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책임총리나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의 한 마디 상의 없이, 사전통보 없이 총리와 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박 대통령은 그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 상태에서 무슨 총리 지명이냐"며 오히려 자신의 거취를 밝힐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의석 과반수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임명될 수 없는 총리 지명을 현 시국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오만의 극치"이자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모든 화력을 동원해 임명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요구서가 오기도 전에 낙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특히 김 내정자가 2006년 8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불과 2주만에 낙마시켰던 전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였지만 10년 만에 묘하게 뒤엉킨 인연은 야당의 좋은 공격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이날 김 내정자에 대해 "학문적 식견과 국정경험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지난달 31일 대구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동력이 떨어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권력을 내줄테니 여야는 합의를 해라'고 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