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김태형의 페이크 "강하지만 보여주긴 싫다"

'두산 불펜은 2명뿐인가' 두산은 올해 NC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이용찬(왼쪽), 이현승 등 고작 2명으로 불펜을 가동했다. 나머지 6명은 가을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자료사진=두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NC의 한국시리즈(KS) 3차전이 열린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불펜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KS를 앞두고 두산의 거의 유일한 약점은 불펜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올 시즌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ERA)은 5.08로 10개 팀 중 5위였다. ERA 4.18로 1위인 NC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었다. 두산 선발진의 ERA는 4.11로 1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불펜이 약점이라고 하지만 리그 후반 이용찬, 홍상삼이 군대에서 제대해 합류하면서 굉장히 좋아졌다"면서 "NC도 올해 원종현이 합류해 불펜이 강해진 것처럼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두산의 시즌 초반 마운드를 지탱했던 정재훈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그 강하다는 두산 불펜은 도무지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두산 불펜은 2명만 가동됐다. 이용찬과 이현승뿐이다. 1차전에서 두산은 선발 더스틴 니퍼트(8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용찬(2⅓이닝)과 이현승(⅔이닝)이 연장까지 11이닝을 책임졌다. 2차전도 선발 장원준이 8⅔이닝을 던진 뒤 이현승이 ⅓이닝으로 마무리했다.


3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그렇다면 그 강한 불펜을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안 보는 게 좋다"며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에둘러 답했다. 선발이 강한 만큼 최대한 길게 간다는 것. 김 감독은 "3차전도 불펜 가동보다는 최대한 마이클 보우덴이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의 판타스틱4 선발진 장원준(왼쪽부터), 유희관,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자료사진=두산)
역시나였다. 3차전에서도 두산 불펜은 최소 인원만 움직였다. 선발 보우덴이 7⅔이닝 동안 삼진을 11개나 잡아내고 안타 3개, 볼넷 4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는 통에 불펜이 움직일 여지가 없었다. 나머지 1⅓이닝은 이용찬이 막아냈다.

물론 두산 불펜은 3차전까지 무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그러나 3경기에서 4⅔이닝만 던졌다. 평균 2이닝이 채 되지 않는 수치다. 또 이용찬이 3⅔이닝을 책임졌고, 이현승이 1이닝을 던지는 등 2명만 가동됐다. 나머지 6명은 개점휴업 중이다.

3차전에서 두산 선발 보우덴은 사실 7회만 마치고 내려올 뜻을 드러냈다. 당시 7회까지 투구수는 121개. 선발 투수의 적정 투구수를 100개로 보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래도 그냥 던지라"고 지시했다. "마운드에 있는 것 자체가 압박이니까 8회도 올라가서 가운데로만 던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두산은 2-0, 불안한 리드를 안고 있었다. 불펜보다는 선발 보우덴을 믿은 것이다. 결국 보우덴은 15개의 공을 더 던지고 2명의 타자를 상대한 뒤 마운드를 이용찬에게 넘겼다.

2일 4차전 선발은 유희관. 앞선 3명 선발에 비해 가장 ERA가 4.41로 가장 높지만 15승(6패) 투수다. 어쩌면 두산은 올해 KS를 투수 6명으로만 치를 가능성도 적잖다. 두산의 나머지 불펜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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