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변호인단이 역할분담을 해 취재진을 따돌리며 시간을 벌고, 수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최씨의 건강문제를 호소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씨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67·사법연수원 4기) 대표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최씨가 '도둑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씨의 귀국사실과 함께 향후 대응 방향 등을 전했다.
이후 이 변호사가 최씨와 접촉할 것을 의심해 쫓아오는 취재진을 따돌리려다 잘 되지 않자 경기도 청평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향했다.
이에 "최씨가 청평 주변에 머무는가보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알고 보니 이는 최씨와 변호인들의 대책회의를 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31일 검찰에 출석 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변호인 측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최씨가 선임한 다른 변호인 법무법인 로월드 맹준호 변호사(52·사법연수원 33기)로 추정되는 남성이 최씨가 머무는 층에 내리는 장면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비슷한 시각에 최씨가 출석 때 탔던 차량이 이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변호사가 취재진을 끌고 청평으로 향해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사이 서울에서는 최씨와 변호인단의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검찰에 출석한 뒤 취재진들과 만나 '언론에 혼선을 주기 위해 청평에 갔나'라는 질문에 "여러가지 생각도 하고 시간을 벌고 장소를 얻기 위해 (갔다)"고 말했다.
모든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흡사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언론을 따돌리고 대책회의를 같이 한 부분은, 변호인의 역할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하루만 몸을 추스릴 시간을 달라"는 최씨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던 검찰만 할 말이 없어졌다.
국민적 공분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해야했지만, 검찰은 오히려 최씨에게 하루를 벌어줬다.
변호인 측이 수시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수 차례에 걸쳐 "최씨의 건강이 안 좋다"고 반복하는 점도 수상한 대목으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귀국 전날 오후 5시 3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씨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자신의 처신과 행동으로 딸이 세상에서 모진 매질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어미로서 가슴아파하고 있으며, 딸에 대해서만은 관용을 베풀어주시길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딸 정유라(20)씨도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귀국한 직후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때부터는 '정신적 충격'이 아닌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검찰에 출석한 다음에는 "최씨가 현재 건강이 대단히 안 좋은 상태"라며 "본인이 그동안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약을 지금 소지하고 있지 않아 (검찰) 허락을 받아 밖에서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딸의 엄마, 건강이 안 좋은 점 등으로 감정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변호인단이 역할을 분담해 누구는 취재진을 따돌리고, 누구는 대책을 강구하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변호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며 "유명인사나 관심을 많이 받을 만한 의뢰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975년 춘천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검찰청 공안3과장과 서울지검 형사1부장, 춘천지검과 대구지검 차장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개업한 원로 법조인이다.
2014년 말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이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을 수사할 당시 최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변호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