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최순실 사태 '유탄'…문재인에 1위 내 줘

朴 대통령과 '동반 하락', 潘 위한 '슈퍼스타K' 힘들 듯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대통령과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1위 자리를 고수했던 흐름도 바뀌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은 19.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관의 9월말 27.3%에서 7.9%포인트 떨어진 결과다. 23.1%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조사는 지난달 31일 전국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088명을 대상으로 컴퓨터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4.6%였다.


반 총장의 하락세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뒤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역풍을 맞은 이후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실시해 27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17.1%를 기록, 16.1%를 얻은 문 전 대표에 오차범위 내로 추격을 허용했다. 같은 조사에서 박 대통령도 24%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새누리당(25.4%) 역시 민주당(30.7%)에 역전 당했다.

CBS노컷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4~26일 조사해 27일 발표한 조사(매주조사)에서도 반 총장은 그 전주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21.5%를 기록했다. 특히26일 하루치 조사에선 박 대통령이 17.5%를 기록해 취임 뒤 처음으로 10%대로 지지율이 내려 앉았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갤럽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월례 조사에서 반 총장이 27%를 기록해 문 전 대표보다 9%포인트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반전된 결과다.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등과 동반 하락하는 것은 유권자들이 그를 여권 후보 혹은 친박 후보로 인식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이런 현상 때문에 반 총장의 지지율이 10%대에 고착화되면 내년 대선 출마가 불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기문 대망론’은 2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문 전 대표를 리드하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시나리오란 얘기다.

일단 내년 1월 귀국하더라도 여당행(行)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친박계에 ‘폐족’ 낙인이 찍힐 경우 친박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당내 기반이 약한 반 총장으로선 친박을 버릴 경우 대선 후보가 되기 힘들다.

친박계와 계속 같이 갈 경우 선호도가 떨어지게 되지만, 친박계의 조력 없인 후보가 될 수 없는 이른바 '반기문 딜레마'가 적용되는 셈이다.

반 총장 주변에선 내년 초 조기 경선에 참여하는 '정공법'이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정현 대표 체제가 풍전등화에 몰리면서 그가 공약한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 레이스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여권 비박계의 개헌주자와 손을 잡거나 제3지대 진영에 몸을 의탁하는 등의 구상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에게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분권제의 대선 주자가 되거나, 정계 개편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런 가운데 반 총장이 최근 뉴욕을 방문한 측근에게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조기 수습'을 촉구하며 귀국 시점도 내년 1월 25일쯤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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