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 원칙마저 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바로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원칙이었다. 과감했다. 그동안 대표팀 주축이었던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파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3월 레바논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평가전 명단에 박주호(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이정협(울산) 등을 포함시키면서도 "지난해 성과를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진수나 박주호와 같이 소속팀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선수도 합류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는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할 경우 더이상 발탁은 없다"는 무언의 경고장이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켰다. 최종예선에서 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우즈베키스탄 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그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1패 승점 7점으로 3위에 머물고 있다. 1위 이란(승점 10점),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과 격차는 적지만, 앞선 1~4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자칫 11월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에서 패할 경우 월드컵 직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 풀백으로 박주호와 윤석영을 호출했다. 위기에 몰리자 그동안 지켜왔던 소신을 저버린 셈이다.

박주호는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도르트문트에서 출전 기회가 없었다. 15일 헤르타전 교체 출전, 잉골슈타트전 선발 출전이 올 시즌 출전의 전부다. 당시 경기력도 썩 좋지 않았다. 잉골슈타트전에서는 전반만 뛰고 교체됐다.

윤석영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주호와 달리 경기 출전을 위해 잉글랜드를 떠나 덴마크에 안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뛰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는 경쟁자 부상으로 기회가 왔다. 명단에도 들고, 최근 출전 기회도 받아 경기력을 체크할 수 있었다"면서 "윤석영은 계속 명단에는 들고 있다. 2주 전 컵대회를 뛰었고,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는 리저브팀에서 뛴다는 걸 확인했다. 양쪽 풀백에 문제가 있어 여러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박주호, 윤석영을 다시 합류시켜 점검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둘은 11일 열리는 캐나다와 평가전에 각 45분씩 뛸 전망이다.

또 공격수 이정협(울산)도 다시 불렀다. 이정협은 슈틸리케호 초창기 맹활약한 공격수다. 하지만 올해 울산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29경기에 출전해 4골이 전부다. 외국인 선수에 밀렸다. 그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던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 공격수들이 상대 뒷공간을 빠져들어가거나, 2대1로 패스를 받고 돌아들어가는 부분에서 더 득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공격수를 찾다보니 이정협이 떠올랐다"면서 "체크한 결과 많이 움직이고, 열심히 뛰고 있다. 본인에게 기회가 잘 오지 않아 득점만 놓고 보면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줘서 높게 평가해 선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기량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또 최근까지 잉글랜드에서 뛰었던 측면 수비수들이다. 올해 부진하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좋은 성적을 냈던 공격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최종예선 5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깼다. 늘 말하는 것처럼 최종예선은 시험 무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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