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5-1 승리를 거뒀다. 전날 연장 11회말 1-0 끝내기 승리까지 두산은 먼저 2승을 챙겼다.
반면 NC는 7전4승제 시리즈에서 2패에 몰렸다. 역대 33번 KS에서 먼저 2연패를 당한 팀이 우승한 것은 17번 중 2번에 불과하다. 두산은 88%의 확률을 선점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난히 두 팀의 타격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NC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남긴 반면 두산은 결정적인 순간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됐다. 두 팀의 승패가 갈린 이유다.
▲승패 가른 행운의 안타와 잘 맞은 범타
30일 2차전에서 두산은 잇딴 '행운의 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 두산은 선두 타자 민병헌의 안타에 이어 김재환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맞았다. 김재환의 타구는 사실 평범한 뜬공이 될 수 있었지만 NC 우익수 나성범 앞에 떨어졌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두산은 양의지의 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2루수 모두 잡지 못하는 곳에 떨어졌다. 팽팽한 투수전에서 선취점의 의미는 컸다. 기선을 제압한 두산은 승리를 거뒀다.
1차전도 두산은 선제 결승점에 운이 따랐다. 연장 11회말 무사 1루에서 김재호의 평범한 뜬공을 NC 중견수 김성욱이 놓치면서 안타가 됐다. 낮에서 저녁으로 바뀌는 하늘이 어두워져 조명탑에 라이트가 켜진 상황에서 타구를 시야에서 잃어버린 것.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두산은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부가 기울긴 했지만 1-5로 뒤진 9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에릭 테임즈의 타구도 아쉬웠다. 두산 장원준의 바깥쪽 높은 실투를 놓치지 않고 때린 회심의 장타였다. 그러나 좌익수 김재환이 러닝 점프로 워닝 트랙 앞에서 잡아냈다. 포구 뒤 담장에 부딪힐 만큼 위협적인 타구였지만 범타로 끝났다. NC로서는 막판 추격 의지가 꺾인 장면이었다.
1차전도 그랬다. NC는 잘 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7회 2사 1, 3루에서 이호준의 타구가 대표적이었다. 더스틴 니퍼트와 풀카운트 끝에 노려친 우중간 타구는 그러나 두산 우익수 민병헌이 뒤로 달려가며 잡아냈다. 연장 11회 1사 1, 2루에서 나온 나성범의 타구도 유격수 정면 땅볼로 갔다. 잇따라 빗맞은 안타가 나온 두산과는 대조를 이룬 부분이었다.
▲두산에 비해 2% 아쉬웠던 NC의 수비
하지만 이를 단지 행운과 불운으로 양분하기는 어렵다. 물론 운도 어느 정도 따랐지만 그만큼 세밀한 수비와 정교한 팀 타격의 차이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희비의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결승점으로 연결된 연장 11회 김재호의 안타는 일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녁 어스름 혹은 조명탑의 방해 때문에 종종 야수들이 겪는 일이다.
그러나 팽팽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수비였다. 잠실이 홈인 두산은 이를 대비해 선수들이 미리 서로 주의를 줬다는 점에서 살짝 대비가 된다. 경험의 차이인 것이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NC는 사실 아쉬운 수비로 선취점을 내줬다. 4회 무사 1루에서 나온 김재환의 안타는 나성범의 타구 판단이 살짝 빗나가 안타가 됐다. 장타인 줄 착각해 포구를 위한 스타트가 늦은 것으로 보였다.
1사 1루가 무사 1, 2루가 돼 결국 선실점했다. 8회 NC가 낸 동점 득점은 사실 선취점이 됐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터였다.
물론 NC 역시 가을야구를 빛낸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다. 1차전에서 2루수 박민우가 5회 2사 1, 2루에서 오재일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고, 7회 1사 2루에서 나성범이 오재원의 2루타성 타구를 워닝 트랙에서 건져냈다. 그러나 정작 평범한 타구들을 놓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반면 두산의 수비는 살아 있었다. 장원준도 정규리그 이후 38일 만의 등판이었지만 실전 감각이 죽지 않아 1회 박민우의 타구에 글러브를 반사적으로 갖다댔다. 비로소 깨어난 거포 김재환도 김태형 두산 감독이 "시즌을 치르면서 수비가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할 만했다.
▲팀 배팅이 행운과 불운을 가른다
두 팀의 타격도 차이가 난다. 두산 타자들은 상황에 맞는 팀 배팅을 했다면 NC는 이런 부분에서 적잖게 뒤졌다.
1차전 후반에서 NC는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잇따라 놓쳤다. 9회 박민우의 안타 뒤 무리한 주루사는 차치하더라도 연장 10회 1사 3루에서 김성욱이 3루 땅볼을 치며 주자가 사라졌고, 11회 1사 1, 2루에서는 나성범이 유격수 병살타를 때렸다. 외야 뜬공이나 1루 쪽 진루타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2차전에서도 NC는 병살타가 무려 3개나 됐다. 기록되지 않은 1회 박민우의 타구까지 합치면 사실상 4개였다.
8회 이호준의 안타 뒤 지석훈의 희생번트 실패로 이어진 병살타는 특히 뼈아팠다. 번트를 위해 바꾼 타자였기 때문이다. 이후 연속 대타 모창민, 권희동과 이종욱의 동점타까지 나와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사실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좀처럼 점수가 잘 나지 않고 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워낙 높고 투수들의 공도 좋아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 못한다. 단기전에서 연타가 나오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안타 없이도 점수를 짜내는 야구도 이뤄져야 한다. 2차전에서 두산의 8회 결승점은 안타 없이 나왔다. 몸에 맞는 공과 희생번트와 진루타, 폭투로 뽑아냈다. 이후 승기가 갈려 집중타로 3점을 더 얻은 것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KS 미디어데이에서 "어쨌든 타자들이 쳐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테이블 세터들이 많이 살아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NC는 터지지 않고 있고, 두산은 8회 1번 박건우가 사구로 살아나가 결승점까지 뽑았다.
물론 타선이 터지면 경기는 쉽게 풀린다. 그러나 방망이가 침묵해도 점수를 뽑을 방법은 있다. 이걸 두산은 잘 알고 있다. 정공법은 먹히면 화끈하지만 막히면 답답하다. 두산은 정공법에 다른 방법까지 능하다. 세밀한 수비와 함께 두산이 시리즈를 리드하는 이유다.
다만 NC도 기회는 있다. 1, 2차전을 치르면서 분명히 NC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 타선도 3차전부터 각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까지는 두산이 더 단기전 야구를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