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빈틈없는 수비다. 단기전이 시작되면 수비가 승리에 영향을 끼치는 비중이 커지기 마련이다. 승부의 중압감 때문에 수비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의 수비는 큰 경기에서 더 단단해졌다.
두산은 인플레이 타구 중 아웃으로 처리된 타구의 비율을 뜻하는 DER 등 온갖 수비 지표에서 리그 1위에 올라있는 팀이다. 10개 구장 가운데 인플레이 지역이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팀이기에 두산의 수비는 통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의 안정된 수비는 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빛을 발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오랜만에 실전을 치른 1차전을 돌아보며 "경기 감각이 생각보다 좋았다. 수비도 그렇고 많이 안한 것 치고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두산의 수비 감각은 오랜 실전 공백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2차전에서 병살타만 3개. 사실상 병살타나 다름없는 장면까지 더하면 아웃카운트 8개를 순식간에 잡아낸 셈이다.
1회초 무사 1루에서 박민우가 때린 타구가 장원준에 맞고 굴절돼 유격수 앞으로 흘렀다. 중전안타성 타구였으니 두산에게는 행운이었다. 김재호가 2루를 밟고 타자주자까지 아웃시켰는데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투수나 야수에 맞고 굴절된 타구는 공식적으로 병살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후 고비 때마다 두산 내야진이 선발 장원준을 도왔다. 6회초와 7회초는 1사 1루에서 나온 병살타로 이닝이 끝났다. 이종욱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한 8회초에도 무사 1루에서 병살타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NC의 대량득점 물꼬를 차단한 것이다.
선발 장원준은 8회 2사까지 총 26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진이 5개, 땅볼이 13개, 플라이가 8개였다. 안정된 제구와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 볼 배합으로 많은 땅볼 타구를 유도해냈고 그때마다 두산 내야진은 빈틈없는 수비로 장원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NC 타자가 잘 때린 타구도 외야에서는 두산 선수들의 호수비에 걸렸다. 중견수 박건우, 우익수 민병헌이 버티는 외야 라인은 타구 판단과 스피드, 수비력 모두 흠잡을데 없었다. 좌익수 김재환도 9회초 테임즈의 장타를 펜스 앞에서 점프해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1차전 김성욱에 이어 2차전에서도 나성범이 낙구지점을 놓치는 등 NC 외야진과는 대조를 이뤘다. 잠실이라는 구장 변수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원동력은 수비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