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에서
내 잃어버리고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녀와
한데 얼린 거짓 사랑아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에서(25쪽)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는 초현실주의와 상징주의에 다리를 놓았으며, 다다, 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독창적인 시인이다.
사랑은 가버린다 흐르는 이 물처럼
사랑은 가버린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미라보 다리」에서(19쪽)
아폴리네르는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시세계를 보여 준다. 정형시에서 자유시로의 전향, 구두점의 완전한 철폐, 문자의 회화화 등 참신한 실험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초기에는 예술평론가로서의 활동이 많았던 그는 피카소 등의 화가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고 '초현실주의'라는 용어를 제일 먼저 사용하기도 하는 등 모더니즘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상형시집(Calligrammes)'은 문학적 전위의 이론과 실천의 실례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집으로 당대 입체파 미술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자가 회화도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그는 어느 한 면에만 치우치지 않는 예술상의 기질을 타고났다.
황현산 문학평론가가 아폴리네르 대표시를 가려 뽑았다. '사랑받지 못한 사랑의 노래' 에 수록된 작품들은 「신호탄」, 「도시와 심장」 외 네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코올』과 『상형시집』에서 뽑은 것이다. 대표 시집 『알코올』에서는 자유시의 모범작을 중심으로 시를 선택하였으며, 『상형시집』에서는 전위적 시론으로서의 시와 잘 만들어진 상형시를 뽑아내어 번역하였다. 3부 ‘기타 시편’에서는 최근 프랑스 애니메이션학교에서 아폴리네르의 시편을 바탕으로 제작한 동영상의 원작들을 번역 수록하였다. 모든 시에는 치밀한 주석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도왔다.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 황현산 옮김 | 민음사 | 184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