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언론과 국민의 눈을 피한 도둑 귀국이다.
최씨는 30일 새벽 7시 30분 영국 브리티시 항공을 타고 런던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최씨는 독일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변호인을 통해 "사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고 검찰이 소환하면 출석할 것"이라고 지난 28일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최 씨는 불과 하루이틀도 안돼 '검찰에 출석하겠다'며 모든 언론을 따돌린 뒤 일요일 새벽 군사작전하 듯 인천공항을 걸어나간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언제 검찰에 나가냐"는 물음에 "검찰 수사팀 간부와 소환날짜를 얘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최 씨는 왜 검찰과 소환날짜를 못박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공항으로 도둑처럼 입국한 것일까?
◇ 최씨 '도둑귀국'…'그로기'에 빠진 청와대 조기수습 카드
특히 최 씨가 전격적으로 서울에 온 것은 청와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수석비석관들 사표를 받는 등 '그로기'에 몰려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사태 수습을 미루면 박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최 씨 귀국과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을 최대한 빨리 미봉·수습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이같은 입장에 부응하듯 검찰도 마치 예정된 일정처럼 '전광석화'처럼 움직이고 있다.
압수수색은 물론 수사팀 확대조차 미저미적하던 검찰은 지난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최 씨 최측근이자 폭로자인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와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을 주말까지 번개 몰아치듯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청와대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소 '마찰'을 빚은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지만, 청와대측과 모종의 교감속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영태 소환 ▶ 이성한 소환 ▶ 청와대 행정관 소환 ▶ 청와대 압수수색 ▶ 최순실 도둑귀국'으로 이어지는 사건 흐름은 누군가 배후에서 통제하지 않고는 2-3일 사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 최씨, 검찰 출석 전까지 핵심 당사자들과 '입맞추기'
검찰과 이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최 씨는 굳이 내일(31) 출석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최 씨가 국민과 언론 눈을 피해 일요일 새벽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핵심 당사자들과 입을 맞출 필요가 더 절실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신경쇠약에 걸렸다는 최 씨는 인천공항을 부축도 받지 않은 채 혼자 유유히 걸어나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5-6명의 사람들과 함께 최 씨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일부 언론은 인천공항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최 씨를 데려갔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은 "검찰 수사관이 동행했다"는 보도는 오보라고 밝혔다.
최 씨는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핑계를 대면서 서울에서 배후에 있는 누군가의 통제아래 사건 핵심당사자들과 입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 된다.
공교롭게도 최 씨가 도착하기 직전, 검찰은 고영태씨와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을 귀가시켰다. 최 씨가 이들과 접촉할 가능성도 높다.
또 박근혜 대통령 수석비서관인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제 1부속실장 등 청 핵심 관계자들과도 접촉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 씨가 수사를 피할 수 없는데다 청와대도 최 씨 구속을 통해 국정농단 사건을 미봉시켜야 하기 때문에 '초스피드'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최 씨 급거 귀국은 청와대에서 더 절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