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차관·조인근·이영선·윤전추 자택·사무실도…의혹 수사 급물살
최순실(60)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29일 오전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부속실비서관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 중이다.
이날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을 계기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후 2시 청와대 안종범 수석 및 정호성 비서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청와대 측과 협의 하에 집행을 실시하고 있다"며 "구체적 방법은 설명하기 어려우나 청와대의 협조적 태도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일 중 집행이 가능한 압수 대상은 진행하고 금일 집행이 어려운 것은 가급적 내일까지 집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등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법률상 임의제출이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내놓은채 검찰의 공식 브리핑이 나온뒤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보안구역을 압수 수색하려면 관련법에 따라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절차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공무원이 소지·보관할 물건 중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소속기관 또는 감독관청의 승낙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하는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 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를 들어 제3의 장소에서 검찰이 요구하는 자료를 임의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지만 결국 문을 열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같은 공무소 압수수색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해당 기관의 승낙 없이는 압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단서도 있어 청와대 등 기관이 무조건 압수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상 해당 기관의 승인이 없으면 압수는 불가능하다는점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벌검사는 그해 11월12일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불발된 사례가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들을 안 수석과 정 비서관, 김한수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이영선 전 행정관,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7명의 자택에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자료,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안 수석은 최씨가 사실상 사유화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80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모금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재단 출범 이후에도 그가 K스포츠재단과 최씨 개인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최씨를 도왔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정 비서관은 청와대의 모든 문서를 모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인물로 최씨 측에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국정 자료를 대량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행정관은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을 증폭시킨 태블릿PC를 개통한 인물이다. 검찰은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PC를 김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마련해 건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한국증권금융 감사로 재직 중인 조 전 비서관은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첨삭 의혹'을 밝힐 핵심 당사자로 지목됐다.
유명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 행정관은 최씨와 인연으로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돼 최씨와 박 대통령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윤 행정관은 언론 보도를 통해 폭로된 영상에서 최씨와 함께 청담동의 한 비밀 의상실에서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르는 장면이 포착됐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근접 경호를 담당하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 행정관은 윤씨와 함께 청담동 비밀 의상실에서 최씨의 수발을 들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밖에 김 차관은 최씨 측에 이메일을 보내 인사 관련 청탁을 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