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의 빅맨 김현민은 남다른 각오로 2016-2017시즌을 준비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된 김현민은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주목받았다. 올스타전 슬램덩크 대회 때 유명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분장을 하고 하늘을 날았던 장면은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코트에서 김현민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선수에게 밀려 설 자리가 없었고 국내 선수와의 경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6-2017시즌은 다르다. 조동현 kt 감독은 김현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너는 스타성이 있는데 조금만 더 하면, 조금의 차이를 넘기기만 하면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김현민도 "예전에는 자신감이 바닥이었는데 이번 시즌은 다를 것 같다"며 시즌 개막만을 기다렸다.
29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홈 개막전에서 김현민의 존재감은 단연 눈부셨다.
김현민은 25분동안 출전해 16점, 9리바운드, 1스틸, 1블록슛을 기록하며 kt의 93-90 승리를 이끌었다. 팀내 최다득점. 야투 12개를 넣어 8개를 성공시켰다.
더욱 인상깊었던 것은 김현민의 16점 중 10점이 4쿼터 승부처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김현민은 동료의 패스를 받아 골밑에서 여러차례 득점을 해냈다. 과거 김현민은 좋은 기회를 잡고도 볼 컨트롤이 미숙해 공을 흘릴 때가 많았다. 이날은 그런 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kt 신인 박지훈이 던진 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곧바로 달려들어 '풋백 덩크'를 성공시킨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또 김현민은 kt가 87-86으로 근소하게 앞선 종료 1분54초 전 삼성 문태영이 시간에 쫓겨 던진 중거리슛을 블록슛으로 막아내 슛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놀라운 수비를 선보였다.
공수에서 진한 존재감을 발휘한 김현민의 활약으로 kt는 홈 팬 앞에서 첫승을 신고했다. 시즌 3경기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김현민을 포함해 6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제스퍼 존슨은 4쿼터 막판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포함해 15점을 올렸고 래리 고든도 15점을 기록했다. 박상오는 14점을, 이재도는 13점을 보탰고 조성민은 13점에 9어시스트 3스틸을 올리는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김현민의 활약은 kt에게 매우 고무적인 결과다. kt는 내심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빅맨 보강을 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또 kt는 크리스 다니엘스의 부상으로 높이가 낮아진 상태. 이래저래 김현민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이다. 부담을 이겨낸 김현민은 팀에 홈 개막전 승리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