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SK 감독 "미국인으로서 한국 팀 사령탑 맡아 영광"

"내년엔 한국시리즈 진출해 우승하자"

"미국인으로서 한국 프로야구 팀인 SK의 감독을 맡아 영광입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새 사령탑을 맡은 트레이 힐만(53) 감독이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전날 입국한 힐만 감독은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코치진 및 선수 전원을 만나 사령탑을 맡은 소감 등을 밝혔다.

세계 최대 크기의 전광판인 빅보드는 영어로 '웰컴 투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우리는 당신을 맞이해 기쁩니다"라는 문구로 힐만 감독을 환영했다.

실내에서 코치진과 인사를 나눈 뒤 더그아웃에 나온 힐만 감독의 첫 마디는 "저 못생긴 남자가 누구냐? 여러분한테 죄송하다"였다.

물론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여러분 모두에게 고맙다. 너무 많은 말은 하지 않겠다. 여러분의 나라에 이렇게 오게 돼서 영광이고 감독을 맡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러분들과 운동하게 돼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내년에는 꼭 챔피언십(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우승하자"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이어 "야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라며 "어디에서 야구를 하든 즐기면서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적이 물론 중요하지만, 즐기지 않으면 환경이 아무리 훌륭해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간단한 인사말을 한 힐만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면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농담도 했다.

박정권(35)과 인사를 나누면서는 정의윤(30)을 바라보며 "둘이 동갑이냐"고 물어 웃음이 터졌다.


힐만 감독이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상견례에만 1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기념 촬영까지 마친 힐만 감독은 감독실로 이동해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존중을 나타냈다.

힐만 감독은 "미국인으로서 한국 프로야구 팀인 SK의 감독을 맡아 영광"이라면서 "내가 여러분의 나라에 있는 것이지, 여러분이 내 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구를 포함한 모든 한국 문화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를 안 좋아하거나 내가 외국인이어서 못마땅한 분도 계실 것 같다"라며 "하지만 그런 부분은 너무 신경쓰지 않고 그동안 내가 배운 야구 노하우를 잘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3~2007년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 감독을 맡아 일본시리즈 우승 1회(2006년), 준우승 1회(2007년)를 포함해 5시즌 통산 351승 324패 14무를 기록했다.

힐만 감독은 팬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언급했다.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닛폰햄 연고지인 홋카이도 일대에서 자동차 퍼레이드를 했는데, 당시 거리로 뛰쳐나와 열광하는 팬들을 보며 자신도 무척이나 감동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프로스포츠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기면 팬들이 기뻐한다. 우승하면 가장 즐거워한다"고 내년 시즌 SK의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기초'를 강조하면서 뉴욕 양키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에서 기초를 잘 다진 선수들이 대성하는 모습을 봤다며 개인 뿐만 아니라 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힐만 감독은 이날 저녁 미국으로 출국해 신변을 정리한 뒤 팀에 재합류할 예정이다.

그에게는 KBO리그 최강 팀으로 군림하다 2013시즌부터 부진에 빠진 SK의 성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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