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구상 중인 민심수습 조치의 첫 단계가 청와대 인적쇄신이라는 게 드러났다. 실제로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 전원이 갈릴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단 박 대통령은 이틀전 먼저 사표를 낸 이원종 비서실장 이하 수석 전원들을 경질 대상으로 안팎에 선포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다음주 중'을 청와대 개편의 단행 시점으로 전망해왔다. 이 전망대로 박 대통령은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셈이다. 인사가 신속히 이뤄지는 경우 다음주 수요일로 예정된 국회운영위 출석자들이 달라질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뒤 심사숙고만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해방될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청와대 인적쇄신은 민심수습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 될 공산이 크다.
당장 인적쇄신의 규모와 내용에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할 게 뻔하다. 수석비서관 전원의 사표를 받아놓고도 논란이 불거진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유임시키거나 다른 자리로 옮기는 '꼼수 쇄신'을 하는 경우 화를 키울 수 있다.
수석비서관보다 낮은 직급으로 사표 일괄제출 대상자에 들지 않은 정호성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의 거취도 예의주시되고 있다. 대규모 인사로 인한 국정공백 우려도 박 대통령은 떠안아야 한다.
나아가 여기서 후속조치가 끝나고 마는 것인지, 개각이나 거국내각 구성 등 추가 조치로까지 박 대통령이 쇄신의지를 보여줄 것인지도 관건이다. 특검 수사를 용인할 것인지, 수사에는 협조할 것인지도 민심의 향배를 좌우할 가늠자가 된다.
박 대통령은 '숙고 기간' 동안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받았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마저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권력 일부를 덜어놓으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도 쏟아졌다.
박 대통령의 부산 방문 때는 대학생들이 하야 시위가 벌어졌고, 전국 대학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주말인 29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한 각지에서 하야 촉구 촛불집회가 줄지어 예고돼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취임 이래 최악인 17%의 국정지지율이 확인됐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주 대비 대구·경북(27%)에서 8%포인트, 60대 이상(36%)에서 16%포인트나 지지율이 빠져 전통적 지지층의 현저한 이탈이 드러났다.
관심은 향후 박 대통령이 민심이반을 막아낼 효과적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영남권 민심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3일간 숙고를 해왔다. '장고 끝에 악수'는 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