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상한폐지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유통업체의 지나친 경쟁에 이용당하고 있고 과소비와 사행심 조장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소비자 경품 상한선을 2천만원으로 규제하던 경품 고시를 폐지했다. 1982년 처음 제정된 경품 고시가 제정 35년 만에 폐지됐다.
소비자현상경품 단일경품 한도는 2000년 100만원, 2005년 500만원으로 늘어났고, 2012년 2천만원으로 다시 인상됐다.
공정위는 인터넷,모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달 등으로 다양한 유통채널이 생겨나 과도한 경품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다며 상한을 폐지했다.
"사업자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경품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쉽지 않고 신규기업이 경품을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용이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므로 실질적 가격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경품상한이 폐지되자 이번달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분양가 7억원 짜리 롯데캐슬 아파트를 주는 경품 행사를 실시했다.
롯데백화점이 아파트 경품 행사를 실시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노후자금 연금으로 명시된 4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합쳐 11억원을 웃도는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이 경품으로 내놓은 아파트는 용인시 기흥구 중동의 '용인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39평형 아파트로 가격이 7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월 분양에서 미분양됐고 지금도 여전히 일부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고 제세공과금을 2억원 가까이 내야 입주할 수 있어 경품을 내건 장사속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7628가구 규모로 건설되는 GS건설의 대규모 복합단지 그랑시티자이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23일 분양시장 최초로 1억원 상당의 경품 행사 추첨에 수만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서는 아파트 계약을 앞두고 자신의 경품당첨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떳다방까지 뜬 모델하우스는 장사진을 이뤘다.
계약이 아닌 청약만 해도 응모가 가능하고 1등에게는 1억원 상당의 세계여행 청약 경품이, 2등에게는 벤츠 차량을 경품으로 내걸면서 경품 추첨이 가뜩이나 부풀어오른 부동산 시장과열을 부추기는 꼴이됐다.
경품 상한 폐지 이후 대형 백화점과 홈쇼핑 등도 억대 경품을 속속 내걸고 앞다투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추첨을 통해 '영국 수제 스포츠카'로 불리는 '로터스 에보라400'와 최고급 클래식 세단인 '벤츠S350D'를 2명에게 증정하는 등 홈쇼핑에서의 외제차 경품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롯데백화점은 8월 5일 추첨을 통해 1등 당첨자 1명에게는 1억원 상당의 금을, 20명에게는 각각 1천만원어치의 금을 증정했다.
현대백화점은 여름 세일 기간에 쇼핑 지원금 1억원을 1명에게 제공하는 '꿈의 하루'라는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이 여름 정기세일에 이같은 고가의 경품을 내건 것은 처음이다.
이들 대형백화점들은 경품 규제 폐지로 고가의 다양한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GS칼텍스도 주유소와 충전소 고객을 대상으로 르노삼성 QM6 경품 이벤트를 벌이는 등 고가 경품 퍼레이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생존 경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아파트나 상가 분양권은 물론 10억원이 넘는 단일 경품이 곧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대해 서울 YMCA 서영경 시민사회운동부장은 "경품상한제가 폐지된뒤 고객을 끌려는 고가의 경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경품의 말랑말랑한 속성 뒤에 감추어진 이면을 잘 살펴보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부장은 "고가의 아파트가 경품으로 나오지만 그 아파트의 위치나 교통 등 실질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개인정보제공 요구도 정보제공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경품이 소비자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빚좋은 개살구'일때가 많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도 "경품상한을 폐지했지만 경품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준으로 광고하거나 경쟁자를 배제할 정도로 과도할 경우엔 여전히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