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가 비상사태이자 비정상 사태에 돌입했다"며 "현재 새누리당과 벌이고 있는 모든 협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석고대죄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 등 3대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최순실 특검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이 계속 침묵으로 민심을 억누르고 있다면, 새누리당의 부역자들을 필요에 따라 우리가 먼저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잘 결정했다"고 했고, 여권에 대해서는 "아직도 대통령의 통렬한 반성이 없고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태도는 참으로 나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당 기류가 급변한 것은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사흘이 지나도록 청와대와 여당이 진정어린 참회와 쇄신을 하기보다는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우병우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의식 없이 안이한 대응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독일에 있는 최순실씨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며 말맞추기나 하려는 인상을 남긴 것도 국민들의 화병을 도지게 했다.
이렇다보니 CBS노컷뉴스가 의뢰한 26일 여론조사에선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 여론이 무려 42.3%에 달했다.
한편 민주당으로선 야당 파트너인 국민의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7일 특검 협상에 나섰다가 불과 하루 만에 선회하는 부담을 안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면 전환이 시시각각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며 특검 하나에만 매여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거국내각 제안 이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미 특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논의가 이뤄지며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부역자'라는 다소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이번 사태의 책임 추궁이 비단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특검 협상에 있어서도 성난 민심을 반영해 새누리당을 더욱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