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용회 CBS 사회부장
◇ 김현정> Why뉴스, 오늘은 구용회 사회부장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뭐죠?
◆ 구용회>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심지어 최 씨는 독일에서 '신경쇠약이어서 귀국할 상황이 아니라"고 국민들에게 또 염장을 질렀습니다. 버티기에 들어간겁니다. 오늘은 '최순실 씨가 과연 청와대 밖에서는 보고를 받았는가?' 이런 의문을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구용회 기자, 최순실 씨가 청와대 밖에서 여러 문건을 받아 본 사실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자백했는데요?
◆ 구용회>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최 씨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외교문서나 경제부처 보고서까지 외부로 유출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청와대 문서를 이메일이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명인 정호성 제 1부속실장이 직접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 구용회> 사건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은 '정호성 실장이 밤에 최순실씨에게 보고서를 들고 찾와왔다'고 폭로했습니다. 물론 정호성 제 1부속실장은 "난 최순실에게 문서를 전달한 적 없다"고 부인합니다.
◇ 김현정> 청와대 문서가 밖에 있는 최순실 씨에게 전달된 것은 대통령도 자백했으니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항간에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도 자주 들락거렸다는 소문이 파다했지 않나요?
정부 부처의 고위공직자나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촉'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그들은 권부 핵심동향, 또 과연 누가 실세냐, 그 끈과 연결해야 부처 일도 원만하게 잘되고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을 빨리 파악해 '코드'를 맞춰야 한다는 내심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는 정권 출범 때부터 공직사회의 주목거리였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도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봉건시대도 있을 수없는 일'이라고 코미디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이 됐는데요?
◆ 구용회> 그 분은 몰랐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도 이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정호성 제 1부속실장에게 전화를 해 '사실'을 알아봤는데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답변했습니다.
제 1부속실장도 직계상 비서실장의 통제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중대한 사실관계를 놓고 비서실장이 직접 불러 답변을 듣지 못하고 전화를 통해 물어봤다는 겁니다. 이것이 지금 청와대의 현실이자 구조입니다. 왜 비선이 뒤에서 활개를 쳐도 모르는가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목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 김무성 전 대표는 27일 '박근혜 후보 옆에 최순실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나는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게 말이되냐,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밖으로만 쉬쉬했지 권력 주변 인사들은 최순실 씨가 분명히 대통령 뒤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겁니다. 다만, 그 분들이 지금처럼 최순실씨의 권력농단이나 인사개입, 아니면 권력의 파워세기랄까요? 그런 것까지 정확하게 알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들어 봤나?
◆ 구용회> 사실 기자인 저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최순실 씨 실체에 대해 몰랐던 것이지, 장막 뒤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거나 상당하다'는 얘기는 여러 번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박관천 전 경정이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이고 2위 정윤회 3위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을까요. 지금 돌아보면 엄청난 폭발력 있는 통찰이었습니다. 다만 박 전 경정이 그 말을 할 당시 언론과 사람들은 정윤회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지, 그 뒤에서 최순실은 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 김현정>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들은 건가?
◆ 구용회> 제가 들은 얘기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 청와대 고위 경호 책임자가 다른 고위 관계자에게 최순실 씨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고위 책임자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 내부에 너무 자주 드나들어 정말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고 토로를 했다 합니다. 심지어 초기에는 경비 쪽에서 못 들어가게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저한테 오프더레코드로 얘기해줘서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최순실 씨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그렇다고 제지할 수도 없고, 때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공직도 갖지 않은 민간이 얼마나 청와대 경내에 자주 드나들었으면 경호 고위 관계자가 고민할 정도로 걱정했다고 실토를 했을까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최순실 씨 존재에 대해 큰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한 언론도 칼럼에서 ‘항간에는 최 씨가 청와대를 출입할 때 몰라본 파견 경찰이 원대 복귀 조치됐다는 얘기도 돈다.’고 쓴 바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알고도 남았을 것이고, 왜냐하면 직접 문고리 3인방이 보고서를 최 씨에게 갖다 줬다는 주장이 나왔으니까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이런 분들은 당연히 알았다고 봐야할까요?
◆ 구용회> 현재로서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헤집고 다닐 정도로 자주 출입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 씨가 청와대에 들락거려도 대통령 막후 실세이기 때문에 매우 비밀리에 이뤄져서 경호실 직원이나 핵심인물들이 아니면 알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문고리 3인방, 우병우 수석, 그리고 태블릿 PC 명의자로 보이는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 등 극소수 인물들은 대통령의 장막 뒤 최순실 씨의 파워를 확실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대 비서실장들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장을 지낸 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병기 전 비서실장의 말은 매우 묘합니다. 이원종 현 비서실장의 전임자인데요. 이 분은 '최순실 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사실을 아는가 라고 물었는데 '만난 일이 없다'고 동문서답을 한겁니다.
행간을 읽어보면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이 분은 언론인들에게 청와대 비서실장에 재직할 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국정원장까지 지낸 분이 비서실장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기막힌 일입니다.
당연히 이 분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 관계도 알았을 것이고, 그런데 관여하거나 충언을 했다가는 대통령이 노여움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모른 채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비서실장이 나서서 충언을 해봐야 시정될 일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판단을 내렸을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청와대를 출입하면 모두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구용회> 당연합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청와대 정문 옆에 있는 연풍문을 통해 들어갑니다. 연풍문을 들어가려면 출입증이 있거나 사전 발급을 받아야 합니다. 이 출입증에는 IC칩이 내장돼 있기 때문에 출입을 한 사람은 모두 기록되게 돼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치권자가 있는 청와대에서 무슨 사고라도 나면, 그건 있을 수 없는일이죠. 정말 말 그대로 일대 사건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어차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검찰이 수사해야하기 때문에 청와대 기록을 보면 최 씨의 청와대 기록 여부가 판가름 나지 않을까요?
◆ 구용회> 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27일 최순실 특별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이영렬 검사장은 청와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상황에 따라 보겠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영렬 본부장이라는 분은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는 최고의 인사혜택을 본 사람이고 타임 스케줄로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검찰총장 인사를 한 번 더할 수 있는데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 김현정> 그렇다고 청와대가 출입기록을 지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데 최 씨의 출입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나요?
◆ 구용회> 청와대를 출입하는 직원은 당연히 출입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행사가 많기 때문에 출입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청와대 출입을 미리 통보하고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한상공회의소장이 청와대에 들어간다면 차량 넘버와 탑승자, 운전 기사 이름을 미리 통보해야 합니다.
또 청와대 경비는 승용차로 오더라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은 탑승자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입했다면 분명히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청와대 경호업무와 의전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취재해보면 '경호실이 운영하는 차량을 타고 가면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추정합니다. 그러면 기록이 안남는다는 거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리 통보를 하지 않고 청와대로 들어가던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의원이 경비,경호직원과 충돌한 적도 있다고 하던데요?
◆ 구용회> 이명박 정부 초기라고 합니다. 공휴일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가족행사를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사형(兄)통'으로 불리는 형 이상득 전 의원을 초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된 이상득 전 의원이 청와대로 갔는데 그런데 청와대 정문에서 '통보받지 못했다'며 경비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발생 한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사실이 이명박 대통령에 알려졌고 이 전의원은 경내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통령이 '형을 막은 경비직원은 제 할일을 했다며 상을 줘야 한다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하여간 청와대 경호시스템은 엄격하게 운영되는데 그런데 최순실은 밖에서만 보고 받았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입니다.
◇ 김현정> Why 뉴스, 구용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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