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은 선수단이 지난 시즌과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전력이 거의 그대로 갖춰졌다는 것이다. 추 감독은 "이현민의 이적(전주 KCC)이 있지만 정재홍이 잘 메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시즌 챔프전 MVP 이승현(197cm), 영리한 해결사 애런 헤인즈(201cm)를 비롯해 문태종(198cm), 허일영(195cm), 김동욱(194cm), 장재석(203cm) 등 장신 포워드진이 건재하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말미 군 제대한 최진수(203cm)는 온전히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조 잭슨 돌풍을 재현할 오데리언 바셋(185cm)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추 감독은 "바셋과 최진수가 다소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멤버들로 시작을 해야 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맞춰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동현 KT 감독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오리온은 워낙 장신들이 많다"면서 "5명 모두 내외곽에서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농구를 할 줄 아는 타짜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1, 2쿼터까지 근소하게 가면 후반 특히 4쿼터에 승부를 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승 멤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리온은 역시 버거운 상대였다. KT가 막아야 할 선수들은 너무 많았다. 이쪽을 막으면 저쪽이 터지는 형국이었다.
2쿼터부터는 바셋의 쇼타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바셋은 이재도의 수비를 뚫고 3연속 돌파로 득점했다. 투핸드 덩크는 물론 신인 박재훈의 수비 때는 한 손 덩크까지 꽂아 고양 팬들을 열광시켰다.
조 감독의 말대로였다. 오리온은 내외곽의 구분이 없었다. 가드 바셋이 헤인즈의 슛이 실패하자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 골밑슛을 넣었고, 장신 헤인즈는 3점슛을 넣고 바셋에게 속공 패스를 연결했다. 바셋이 2쿼터만 12점, 헤인즈가 13점을 몰아쳐 오리온은 전반을 53-42로 마쳤다.
3쿼터에도 공격의 고삐를 당긴 오리온은 4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66-46, 20점차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리온은 86-60, 26점차로 앞선 4쿼터 종료 4분38초 전 주전들을 모두 뺐다.
결국 오리온은 99-67로 이겨 개막 2연승을 달렸다. 에이스 헤인즈가 양 팀 최다 29점(9리바운드 5도움)을 올렸고, 바셋도 23점(7리바운드 7도움)을 기록했다. 기둥 이승현은 더블더블(11점 10리바운드)을 작성했고, 김동욱도 7점 5도움으로 거들었다. 이날 오리온은 무려 9명의 선수가 득점했다.
오리온의 막강 화력에 밀린 KT는 개막 2연패에 빠졌다. 일시 대체 외인 제스퍼 존슨이 체력 난조 속에 4점에 머문 게 뼈아팠다. 래리 고든이 20점, 이재도가 14점으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가공할 '오리온 종합선물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