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농사 흉년…수급 불균형에 산지 쌀값 '꿈틀'

통계청 예상 생산량 420만톤 전망, 최종 생산량은 410만톤 안팎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쌀농사가 대풍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올해 쌀농사는 사실상 흉년이다.

9월과 10월에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수발아(벼 이삭에 싹이 돋아나는 현상) 피해 등 작황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산지에서는 농민들이 쌀을 내 놓지 않아 쌀값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 9월과 10월 폭우, 벼 작황 악화…쭉정이 많고 이삭에서 새싹 발아

통계청은 올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420만2천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32만 7천톤에 비해 2.9% 감소한 것이지만, 올해 벼 재배면적이 2.6% 줄어 든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풍년농사가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농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올해 쌀농사가 흉년이라며 침통한 반응이다.

곡물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김희섭 대표는 "올해 벼를 사서 도정을 해보면 수율이 69%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작년과 재작년에 72%에서 많게는 74%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수율이란 벼를 도정했을 경우 제대로 된 쌀이 얼마가 나오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예컨대 벼 100kg을 도정했을 때 쌀이 69kg이 나오면 수율은 69%가 된다.

김 대표는 "수발아 됐거나 아예 처음부터 낟알이 영글지 않아 쭉정이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대풍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흉년이 들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2만4천ha에서 수발아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남 지역에서만 벼 재배 면적의 10%인 1만8천ha에서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 수율이 68%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72% 보다 4%p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벼 수율이 1%p만 떨어져도 전체 쌀 생산량은 4만 톤 정도가 줄어든다"며 "통계청이 11월 초에 정확한 쌀 생산량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초 발표했던 예상량 420만2천 톤 보다 줄어든 410만 톤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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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소비량 > 공급량…농민 출하 기피, 11월부터 산지 쌀값 오를 전망

이처럼 통계청 발표와 달리 올해 벼 작황이 나빠 쌀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과 수급 불균형으로 쌀값이 오를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올해 최종 쌀 생산량이 410만 톤에 머물 경우 국내 적정 소비량 390만 톤을 20만 톤 초과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격리용 쌀 25만 톤을 올해 안에 모두 매입하기로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5만 톤이 부족한 상황이 된다.

여기에, 농협은 전국 148개 RPC(미곡종합처리장)와 단위농협 등을 통해 올해 180만 톤의 쌀을 수매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77만 톤 보다 1.7%인 3만 톤 증가한 규모로, 당초 올해 쌀 풍년에 대비해 수매물량을 늘려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수확한 벼를 농협이나 민간 RPC, 중소 유통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결국, 쌀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 10월 들어 산지 쌀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하락폭이 눈에 띠게 줄어들면서 오히려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3만180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16%인 2만5072원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15일자 산지 값은 10일 전인 5일자 가격 보다 1.7%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13년 같은 기간의 하락률 3.5%, 2014년 4.6%. 2015년 4.0%에 비해 하락폭이 크게 줄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폭락세를 이어가던 산지 쌀값의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봐야 한다"며 "11월부터는 산지 쌀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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