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간의 은밀한 관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간 박 대통령의 다소 '이상했던(?)' 행보와 어록이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최씨는 사이비 종교인이었던 아버지 최태민 씨로부터 '현몽'(죽은 사람이나 신령이 꿈에 나타남) 능력을 물려 받아 영적 후계자로 낙점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순실 씨에게 '무당'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것도 이 이유에섭니다.
평소에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웠다고 하니 최씨의 이런 무속 신앙이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그동안 믿기 어려웠던 '찌라시' 수준의 풍문들이, 이제는 '풍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하나씩 되짚어보겠습니다.
매년 11월 경북 구미에서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제가 성대하게 열립니다. 대형 영정사진이 내걸리고 무속인들이 춤사위를 벌입니다. 이런 자리에 박 대통령은 지난 2011년까지 꾸준히 참석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2012년 11월,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1억 5000만원 상당의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의혹을 제기한 원정스님을 고발했고, 법원은 "구체적인 소명을 하지 못했다"며 원정스님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굿판이 실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굿을 한 주체가 입을 굳게 다물었기 때문입니다.
이름하여 '오방낭' 복주머니 제막식. 오행사상에 기초한 오방낭은 흑, 백, 청, 홍, 황의 다섯 가지 색을 뜻하는데, 예로부터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부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방낭 제막식은 최씨가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최씨 측은 국보 1호 숭례문 전체를 오방색 천으로 감싸는 대형 행사로 기획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쳤다고 합니다. 하마터면 대한민국의 상징이 거대한 굿판의 배경이 될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습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입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남편이자 최측근인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정작 정씨는 그 시간 역술인 이세민씨를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하필이면 역술인을 만난 이유는 뭘까요?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어록도 살펴보겠습니다.
다음달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같이 도와준다. 그리고 꿈이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어록으로 만들어진 '짤방'은 박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대표적인 짤방으로 등극하기도 했죠.
같은 해 11월 국무회의 공개석상.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역대급 발언을 내놨습니다.
국가원수의 메시지라고는 믿기 어려운 발언들이지만,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실제로 수정했던 전력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 최씨의 코치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벌어진 굿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새누리당 종교위원장인 이이재 의원의 협조를 받아 한국역술인협회는 나라의 미래를 점치는 재수굿을 펼쳤습니다. 당내에서도 두고두고 논란이 일었죠.
입법기관에서 굿을 했다는 얘기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습니다.
사실이 아니면 좋겠지만, 여기에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한 개인이 '제정 분리 사회'를 근본에서부터 흔들어놓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최순실 씨가 별도로 '비선모임'을 운영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모임 이름이 '8선녀(仙女)'라고 하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속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