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27일 "장정석 신임 감독(43)과 계약금과 연봉 2억 원씩 3년 총액 8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임기 1년을 남기고 LG와 준플레이오프 뒤 자진사퇴한 염 감독의 뒤를 이어 영웅 군단을 이끈다.
또 한번의 파격 인사다. 장 신임 감독은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데다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까닭이다.
덕수상고와 중앙대 출신 장 감독은 1996년 현대에 입단해 2004년 KIA에서 은퇴했다. 8시즌 통산 580경기 타율 2할1푼5리(818타수 176안타) 7홈런 75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시즌 105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장이었다. 대부분 백업 멤버였다.
은퇴 후에는 현대에서 구단 프런트로 제 2의 야구인생을 걸었다. 2008년 넥센 창단 이후에도 9시즌 동안 프런트로 힘을 보탰다. 지도자 경험은 없다. 전임 염 감독도 파격 인사였지만 그래도 코칭스태프 경험은 있었다.
이에 대해 넥센은 "운영팀장으로 코칭스태프와 교감은 물론 선수단에 대한 뛰어난 관리 능력을 보였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보스턴을 비롯한 메이저리그(MLB)의 시스템을 경험했고 국제팀과 운영팀의 도움으로 풍부한 견문이 있다"고 장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염 감독의 자진사퇴도 이 대표와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단 운영에 깊숙히 이 대표가 개입하면서 염 감독과 충돌했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사퇴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신인과 외국인 선수 선발, 트레이드 등을 진두지휘해왔다. 외국 선수들의 선전과 신인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 등 이 대표의 눈은 탁월한 식견을 자랑했다. MLB의 단장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선수 기용 등 감독의 영역에까지 이 대표가 의견을 내면서 염 감독과 대립도 커졌다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장 감독은 9년 동안 이 대표 휘하의 구단 직원이었다. 이 대표의 지시를 받는 운영팀장이었던 장 감독이 선수단 운영에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지 미지수인 이유다. 현 정권의 상황과 비슷하게 '감독 위의 감독'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장 감독의 영이 확실하게 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MLB에서는 감독보다 단장의 권한이 크다. 그러나 그 역할은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장 감독은 "감독 1인 중심이 아닌 선수가 중심인 야구를 하고 싶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이 대표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코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선입견"이라면서 "넥센은 각 파트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코치진과 프런트가 있어 이들의 이해관계를 슬기롭게 풀어줄 필드매니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넥센의 선택은 염 감독의 경우처럼 이 대표의 탁견이 될 수도 있다. 염 감독의 후임으로 오는 장 감독도 자신의 야구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과연 무명의 감독을 선임한 넥센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