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 씨는 "연설문을 받아 봤다"고 인정했지만, "대통령 당선 직후"라고만 시기를 특정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 녹화사과 해명과 상당히 일치해 두 사람이 사전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의 판박이 해명은 향후 수사에 대비한 '입맞추기'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 연설문 첨삭은 인정, 나머진 모두 부인…어디서 본듯한 해명
세계일보는 독일 헤센주의 한 호텔에서 도피생활 중인 최 씨와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27일 보도했다.
최 씨는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전후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표현에 대해서 도움을 줬다"고 인정했다.
최 씨는 연설문 수정여부에 대해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설문을 사전에 넘겨받은 수정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종이나 책자형태의 청와대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주장에 대해선 "말도 안된다"고 부인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사과 담화와 판박이처럼 일치한다.
박 대통령은 25일 녹화 사과에서 "최순실 때는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자백했다.
최순실은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지… 대통령을 오래 봐왔고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실토했다.
연설문을 받아 본 시기와 연설문을 수정해 준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의 '교감'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검찰이 늑장 압수수색과 눈치보기 수사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사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이미 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커진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이 인정한 부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인정한 짧은 그 1분 45초짜리 그 사과문의 그 범위 내에서만 최순실 씨도 인정을 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최 씨는 다른 국정개입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거나 '모르쇠' 또는 '남탓'으로 일관했다.
최 씨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정부 인사 개입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최 씨가 연설문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등에 관한 기밀문서도 받아본 사실에 대해선 입을 닫고 침묵했다.
◇ "돌아갈 상황 아니다"…'버티기 돌입' 태세
독일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최 씨는 괴로운 심경을 토해냈다.
최 씨는 "오늘도 약을 먹고 죽을 수 있다. 지금 너무 지쳤다. 여기에서 우리가 살고자 했는데 여기까지 기자들이 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어놨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당장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해명하지는 않겠다는 뜻도 비쳤다.
최 씨는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딸 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의 옷을 제작하면서 직접 돈을 지불했는데, 자신의 돈이든 청와대의 돈이든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르·K스포츠 재단을 배후에서 사실상 좌지우지하면서 자신의 개인 비즈니스에 이권을 몰아주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딸 정유라(20) 씨마저 대학 특례 입학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어서 최 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급하다는 국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