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하명'에 충실한 김수남…최순실도 '눈치보기'

청 문건유출 사건, 산케이 사건 등 '가이드라인 수사' 재탕 우려

김수남 검찰총장(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이 박근혜 정부 들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눈치보기' 수사로 일관해 재탕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수사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도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중앙지검장 때 '무리한 기소' 두 사건 모두 지휘

김수남 총장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대통령만 보는 수사들을 직접 지휘했다.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시국장 사건 등이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사건들로 평가받는다.

김 총장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4년 9월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하자 다음날 사이버명예훼손전담팀을 꾸리고 네티즌을 구속기소했다.

그 다음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인터넷 기사를 쓴 가토 전 국장을 재판에 넘겼다. 국제단체가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불기소를 해야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지만 검찰은 청와대의 '하명'을 이행했다.

하지만 가토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기사 내용은 허위이지만 대통령이라는 공적지위를 고려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2014년 말 세계일보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했지만, 검찰은 문건의 '내용' 보다는 문건의 '유출'을 핵심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수사 중간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검찰의 체면을 구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청와대발 하명수사의 배경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민정비서관)'이 있다는 말이 회자됐고, 김 총장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아무런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 김수남호(號)…반복되는 '눈치보기' 수사

김 총장이 자리에 오른 올해도 박근혜 정권을 직접 겨냥한 수사에서 청와대의 하명과 검찰의 소극적인 자세가 이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강남땅 의혹이 불거진 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또 하명을 내렸다.

지난 8월 이 특별감찰관만을 겨냥해 "국기문란 행위"라며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말한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식해 윤갑근 고검장을 필두로 '우병우·이석수 의혹 특별수사팀'을 꾸린 듯 보였지만, 첫 압수수색에서 정작 제일 중요한 우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을 제외시키면서 수사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여기에 최근 미르 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팀이 출범하게 된 과정도 마뜩지 않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사유화 의혹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중에도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하며 수사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줄곧 참고인 조사만 하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나온 다음날인 26일 오전 두 재단과 최순실씨·차은택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통상 수사팀이 꾸려진 지 적게는 하루만 혹은 일주일 안팎으로 기본적인 자료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걸 감안할 때, 사건이 배당된 지 무려 21일만에 이뤄진 '늑장' 압수수색이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하명'을 또 기다렸다가 "연설문과 홍보물 등에 도움을 받았다"는 박 대통령의 사실상 '자백'이 나오자 여론 등을 의식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해야 수사를 본격화 하는 것으로 알지만 압수수색이 모든 수사의 방점은 아니다. 언론 보도만 가지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어 진상 파악을 하는 데 최대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 수사 의지 부족→靑 수사내용 노출 우려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이처럼 김수남호(號)의 수사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수사 상황이 문건 유출 등의 '유력 피의자'로 지목된 청와대 관련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찰청에 보고를 하는 사안에 검찰 수사 지휘 권한을 지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대검으로 보고한다고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보내는 것(일)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의 성패는 김 총장이 정권을 또 다시 눈치를 보느냐 안 보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부터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백'과 JTBC가 제출한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등으로 '증거'가 갖춰진 사안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의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 검사는 "박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서 본인이 문건 유출을 해 최씨와 상의했다고 자백을 했다"며 "원칙적으로 구속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에게는 형사상 소추받지 않을 권한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재직 중에 조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정권으로 넘겨 구속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기소중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김수남) 총장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직 검사도 "문건 유출에 관여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연히 구속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통령 역시 최소한 조사는 할 수 있고 조사했다가 박 대통령이 퇴임하면 구속할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관계를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 혹은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의총 결과 전날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나타내 특검 도입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