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유족 측의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경찰이 야간 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부검영장은 집행 없이 만료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을 통해 부검영장 재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어 부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 백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의 영장 집행 시도는 지난 23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홍완선 서장은 형사 100여 명과 기동단원 1000여 명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백남기 투쟁본부 소속 300여 명이 강하게 반발하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장례식장 건물 앞에 설치된 투쟁본부 천막으로 이동해 유족 측과 영장 집행 관련 협의를 했다.
홍 서장은 "명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유족 측에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족은 경찰과의 직접적인 협의를 거부했고 영장집행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경찰은 내부 논의를 거쳐 오후 5시 50분쯤 영장 집행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 철수했다.
홍 서장은 "투쟁본부에서 극렬히 저항한 사이 날이 저물고, 야간집행에 따른 안전사고 불상사가 우려돼 강제집행하지 않고 철수한다"며 "영장을 집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인 관련 논란 등 책임은 모두 투쟁본부 측에 있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경찰 철수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과 경찰은 영장 재청구 시도를 중단해야 하고, 재청구되면 법원은 이를 기각해야 한다"며 "부검영장 연장은 유족에게는 고문과 다름없는 너무나 잔인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백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경찰이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는 적반하장격"이라며 "경찰은 영장 재신청 문제와 관련해 사건에 대한 진정성과 고인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은 법원이 부검에 관한 유족과 협의 등 조건을 명시해 발부한 부검영장 집행 만료일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야간 집행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백 농민 부검 영장은 자정 이후 실효성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