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최순실 문건 유출' 시인…대국민 사과(종합)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지인 최순실씨에 대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사실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자신의 의지로 문건을 유출했다고 밝힌 이상, 사법처리 논란도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을 직접 찾아 논란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국민들께 사과했다. 이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다량의 문건을 사전에 전달받았다던 전날 JTBC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박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약 2분간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며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최씨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최씨가 자신의 연설문 등을 제공받은 뒤 자신의 생각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의미다. 또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상당기간 최씨에 대한 문건 유출이 지속됐다는 얘기가 된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개인 컴퓨터에는 2014년에 생산된 청와대 문건도 존재했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로 입장 발표를 마쳤다.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전격적인 의혹 시인과 대국민 사과는 '문건 사전 유출' 의혹을 더 이상 회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신속한 대국민 사과로 파장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신속하게 국민께 사과했다는 진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극비문건을 비선 인사에게 사전 배포했다는 위법행위가 확인된 점은 후속 논란을 초래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행위는 공무상 기밀누설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

내란죄·외환죄가 아닌 이상 박 대통령이 이같은 혐의로 임기 중 형사 소추되지는 않지만, 퇴임 후 사법처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2년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청와대 문건이 외부 유출된 것을 "국기문란"으로 질타했던 박 대통령의 행적에 비춰볼 때, 언행이 일치하지 않은 최씨 관련 행보는 정치적 논란 소지도 안고 있다.


아래는 해당 사과 기자회견 전문이다.

최순실 문건 유출 관련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사과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최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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