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최순실 국정농단', 朴대통령이 책임져야

(사진=자료사진)
현 정권 '비선(秘線)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는 황당한 얘기를 국민들은 이제 사실로 믿게 됐다.

최씨 컴퓨터 파일에 저장된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원고 44개가 청와대 최측근 참모를 통해 길게는 사흘이나 앞서 사전에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원고는 붉은 글씨로 쓰여 있었고, 박 대통령은 실제 연설 때 이 대목을 원본과 다르게 읽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껏 박 대통령의 입을 통해 최순실씨의 연설을 들은 셈이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대로라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최씨의 파일에는 대선 당시 유세 원고, 당선 소감문, 신년사, 그리고 '통일 대박론'을 설파했던 독일 드레스덴 연설, 수석 비서관 회의 자료, 심지어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이 담긴 국무회의 발언까지 들어 있다.


이밖에 200여개 파일에는 육영수 여사 추도식 인사말, 식사와 티타임 대상자 명단. 아베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자료 등이 담겨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최순실 파일이 현 정권의 기반을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대체 최순실이 누구길래… 아무런 공직도 없는 민간인이 어떻게 대통령 배후에서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인지 실소와 충격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청와대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절친하지 않다는 거짓말을 더 이상 국민 앞에 늘어 놓아서는 안된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은 중대하고도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한마디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 행위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물론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죄, 공무집행 방해죄 등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것이 과연 국가냐", "국민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럽다" 는 성난 민심의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격앙된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라고 주장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순실씨와의 연결고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당혹감 속에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공식 브리핑에서 "경위를 파악 중에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7차례 반복했을 뿐이다.

국민을 분노케 만든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제 박 대통령은 책임 있는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상당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꺼내든 개헌 카드에 대해서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게이트 의혹을 덮으려는 정략적 꼼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듯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최순실씨 사건과 관련해 성역없는 엄정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검찰도 사실상 해외 도피중인 최순실씨 모녀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하는 등 즉각적인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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