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미리 안 朴 '깜깜이 인사'…'비밀누설죄' 해당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논란…'정윤회 문건'과 비교해보니

(사진=청와대 제공)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청와대 인사 정보 등이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 씨에게 전달된 청와대 내부 문서는 언론보도로 확인된 것만 44개 파일이다. 문서 작성자의 이메일 아이디 분석 결과,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유출자로 지목됐다.

청와대 생산 문건은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돼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인사는 발표 직전까지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져 왔던 게 사실이다. 국무총리와 장관급,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통일대박론' 실행방안이 담긴 독일 드레스덴 선언과 같은 대통령의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등도 사안의 민감성 등을 이유로 청와대 내에서 최소한의 참모진에게만 공유돼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청와대 등이 생산‧접수해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등으로 법은 정의한다.

닮은 최근 사례가 있다.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전 경정을 구속기소했던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점을 좌시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0년을 구형했었다.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핵심 측근 등이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는 폭로성 보고서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에게 전달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가 이들에게 적용됐다.

박 대통령은 당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법원은 그러나 이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기록물 자체가 아닌 추가출력물이나 복사본이라는 이유였다.

법원은 그러면서도 박관천 전 경정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유죄로 봤다.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켜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어 정윤회 문건 관련 정보 수집과 보고 사실 자체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게 상당한 이익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자료사진)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최 씨에게 미리 전달된 연설문(초안 가능성을 포함해) 등이 대통령기록물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도, 국무회의 자료나 청와대 인사 등은 사전에 누설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법원이 판단하면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대통령의 인사가 미리 유출되면 외압, 줄 세우기, 줄서기 등 온갖 폐단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발표 직전에 전달되고, 발표 이후 곧바로 공개되는 대통령 연설문의 경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으로 보호될 대상인지, 공무상비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인사 자료 등은 처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 씨가 관련 문건 유출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거나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박지만 씨에게 '박지만 주변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동에 관해 비리 예방 차원에서 알려준 것은 (감찰의) 정당한 업무 범위에 속한다'는 것이 법원 판결이다.

하지만 최순실 씨에게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청와대 인사 자료를 미리 건네고, 첨삭까지 받았다는 건 청와대 참모진의 어떤 업무였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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