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백종원이 매입한 마을회 재산놓고 주민 갈등 ② 제주 마을회관은 어떻게 백종원에 넘어갔나 ③ 제주 마을회관 사유화 논란 "이미 예견됐던 일" |
그러나 당시에는 소송까지 내며 소유권을 환원한 행정이 10여 년 뒤 다시 개인에게 마을회 재산이 팔렸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무기력한 행정력과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사수마을에 2층짜리 공공 건물이 들어선건 지난 1998년이다. 혐오시설인 제주시 하수처리장 2차 확장으로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제주시가 마을회에 보조금 5억 1000만 원을 들여 소유권을 준 것이다.
건물은 제주시가 1998년 3억 4400만 원을 들여 연면적 430㎡로 지었고 공유지인 해당 토지 992㎡는 2000년 제주시가 준 보조금 1억 6600만 원으로 마을회에서 매입했다.
그런데 4년뒤인 2004년 4월 마을회는 갑자기 공공재산인 복지회관을 당시 마을회 대표인 김 모(74) 씨에게 4억 1000만 원을 받고 팔아 버렸다. 공공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공익성 재산을 사유화한 것.
이에 제주시는 신사수마을 복지회관과 토지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제주시는 소장에서 "마을회 공동재산으로서 주민복지에 쓰여야 할 공익재산을 대표자 개인 앞으로 유상 양도하는 것은 제주시민들이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교부 목적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2005년 9월 확정판결을 통해 제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보조금 교부조건을 위배하고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해당 토지 및 건물은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건물이 공공목적에 쓰도록 제한이 가해져 있고, 보조금 교부조건에 따라 사유화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사유화됐던 건물과 토지는 2005년 11월 마을회로 환원됐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뒤 마을회 건물과 토지가 다시 백종원 대표에게 넘어가면서 사유화 논란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 마을 위한 공동 매각인가, 일부 주민 위한 사유화인가
매각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제주하수처리장 측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고문변호사 2명에게 매각이 타당한지를 문의한다.
또 다른 변호사 강 모 씨는 "마을 대상으로 보조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승소하더라도 인용되는 금액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익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사 자문 결과보고서에는 이와 함께 "보조금 지급으로 형성된 마을재산의 투명성과 공공성 여부를 일제 조사하라"는 검토 의견과 함께 "보조금 지원 마을재산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행정적 제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달렸다.
이에 따라 제주하수처리장은 지난 1월 마을회의 매각대금 사용계획과 회의록 등을 살펴봤다.
매각대금 사용 계획에는 마을공공시설 토지 매입을 비롯해 옛 신사수마을토지 환원 소송비, 마을부채 청산비용 등이 명시돼 있었지만 계획에 맞게 돈이 실제로 사용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매각 대금 20억 원으로 일부 주민들이 나눠갖기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극심한 주민갈등까지 빚어지고 있지만 매각 대금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혈세가 투입된 마을회 공공재산을 개인에게 팔아 10년 만에 사유화 논란을 반복하고 있지만 행정이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