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두 명이냐" 최순실 국정에 직접 개입 정황

연설문과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발언도 미리 받아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운영한 사무실 컴퓨터에서 대통령 연설문 등이 대거 발견되면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JTBC는 24일 최순실씨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200여개를 확보해 이 중 44개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공식 발언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과 취임 후 연설문들이 포함됐는데 문제는 대통령의 실제 발언 시점 보다 최씨가 해당 문건을 열어본 시점이 앞선다는 것이다.

통상 대통령 연설문은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다.

만약 연설문 등이 누군가를 통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최씨에게 미리 전달됐다면 '비선실세' 논란을 넘어 국기문란 문제로 큰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의 컴퓨터에는 일명 '드레스덴 연설문'이라 불리는 박 대통령 연설문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을 언급하며 남북간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언급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해당 연설 직후 공식 지지를 선언한 것은 물론 여러 나라 지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씨 컴퓨터에서 확인된 해당 연설문 열람 일시는 실제로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연설을 한 시점보다 하루 앞섰다.


드레스덴 연설 전 최순실씨가 사전에 원고를 받아봤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씨가 파일 형태로 저장한 원고 곳곳에는 붉은 글씨로 씌여진 곳도 있어 누군가가 첨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2012년 12월 31일 오후에 공개된 박 대통령 당선 첫 신년사 역시 하루 빨리 최씨에게 전달됐다.

2013년 5월18일에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역시 최씨가 하루 전에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컴퓨터에서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까지 담겨 있었다.

통상 대통령의 발언에는 국정 운영에 대한 방안이 담기는 것은 물론 중요 이슈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까지 파악할 수 있어 실제 발언 전까지는 당연히 비공개가 원칙이다.

앞서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고영태 더블루K 이사는 "(최순실) 회장님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큰 파장이 일으켰다.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겠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발언을 반박했다.

하지만 불과 하룻만에 최순실씨 컴퓨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문과 연설문이 대거 발견되고, 실제 연설 시점보다 열람 시점이 앞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청와대의 반박은 군색하게 됐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한 이권 개입했을 뿐 아니라 국정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뒤에 실세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며 "(최순실이) 국기문란이나 국정논단을 넘어 국정을 직접 한 거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 뒤에서 국정을 한 것과 다름없다"며 "빨리 최순실씨의 신병을 확보해 국정을 좌지우지한 부분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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