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권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활발했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 발 개헌 추진이 이같은 제3지대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제3지대를 키울 것인가, 축소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현역 의원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 "대통령 나서서 개헌 순수성 훼손, 야당 나서기 난감해"
우선, 국회에서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청와대가 주도권을 빼앗아가면서 향후 개헌 논의의 진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5선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건강한 개헌 논의에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당내에서 개헌을 주장하며, 국민의당 의원들과 함께 야권의 통합 경선 가능성도 살폈던 중심 인물이다.
원 의원은 서면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개헌 통과선인 200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이미 개헌 추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이러한 시도는 개헌 논의의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말을 향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개헌을 주도하려 한다면 그 자체로 개헌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개헌은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며 그 엄연한 주체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개헌의 '물꼬'만 터줘야 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야당과 대선주자들이 더 난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여야간의 합의가 무르익어서 이뤄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뭔가를 준비한다면 야당이 그 안을 받기 힘들 것이다"며 "잘못하면 정치권만 혼돈으로 몰아넣고 결실은 안 나올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4선의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책임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부의장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어보면 개헌을 정부가 한다는 것인지, 국회에 하라는 것인지 그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따로 추진하고, 국회는 국회대로 따로 추진하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누가 책임을 지게 되느냐"고 말했다.
◇ "제 3지대론에는 호재, 개헌 현실성 생겨 판 흔들릴 것"
반면 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오히려 전체 판을 흔들어 제3지대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개헌 논의가 제3지대 흐름에 '호재'인 건 맞다. 판이 커지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4선의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제3지대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며 "어차피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서는 국회 홀로 개헌 추진이 불가능했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서 현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목적이나 노림수는 있겠지만 의원들 200명 가까이 찬성한 마당에 야당도 개헌 논의를 반대할 명분은 뚜렷하지 않다"며 "제3지대가 캐스팅 보트를 쥘 확률이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역시 4선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올것이 왔다. 예상보다 당겨진 느낌"이라며 "야당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련의 시간이지만 더 이상 1인에게 권력 독점되는 시대는 바뀌어야 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개헌은 시대적인 과제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도 "대통령이 협조하지 않으면 개헌은 쉽지 않다고 의원들이 생각해왔다. 그러나 대통령도 동의를 한 상태가 됐기 때문에 국회 논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도 정권교체와 함께 '투트랙'으로 논의됐던 것이 이제 급물살을 타서 여야가 정치 발전을 위해 개헌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 중 개헌' 방침은 개헌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 기회에 개헌을 고리로 새판을 짜려는 각당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야권이 박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에 동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야권과 박 대통령간의 개헌 주도권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