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장 집행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이 백 농민 부검 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이 커 유족 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오늘 영장 만료…경찰력 강제 투입 안 할 듯
경찰이 검찰을 통해 재차 신청해 법원이 발부한 백 농민 부검 영장 기한은 이날 24시까지다.
경찰은 전날까지 부검영장 집행을 하지 못했다. 유족 측의 반대가 거세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유족과 부검에 반대하는 시민 등 300여 명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1층과 3층 출입문을 통제했다.
경찰은 영장 기한 마지막 날 집행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영장 집행 기일 내 제시된 조건에 따라 정당한 집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정상 발부된 영장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집행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지도부의 기조는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가다.
"영장 집행을 작전하듯 하지 않겠다" "야간에는 집행하지 않겠다" "집행을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하겠다" 등의 이 청장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는 법원이 조건으로 내건 '유족 측과 협의'가 전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영장을 강제 집행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적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영장 재신청? 경찰의 속내는
일각에선 경찰이 '조건 없는' 부검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법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장 기한을 넘기면서 '유족 동의'를 구하라는 법원의 조건이 비현실적이란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유족 측과 6차례에 걸쳐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지난 23일에는 영장집행을 시도했다가 유족 측 반대로 3시간 여 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겉으론 영장 집행을 위한 절차를 밟는 것처럼 움직였지만, 의지가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는 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전언이다.
결국 경찰은 부검영장을 검찰을 통해 다시 신청해 조건 없는 영장을 발부받고, 집행은 여론의 동향을 보며 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백 농민 부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유족 측의 고소·고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논란이 된 사인을 부검으로 밝혀야 법적다툼이 결론이 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족 측은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을 끝까지 막겠다는 입장이다.
투쟁본부의 한 관계자는 "부검에 대한 명분은 잃었고 근거도 사라졌다"면서 "재신청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고, 재신청된다면 법원이 기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입장에 변화가 없다 계속 부검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