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구 줄었다는데…우리 집은 왜 '마이너스'?

통계의 맹점, "흑자액 100만원은 통장잔고 100만원이 아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적자가구는 역대 최저로 줄고, 흑자가구는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집 통장은 왜 항상 마이너스일까.

이는 통계 수치에 숨어있는 맹점과도 연관이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흑자액이 1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100만원이 가계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왜 그럴까?


적자가구와 흑자가구를 나누는 기준은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이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계소득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액수다. (즉, 가처분소득 = 소득 - 비소비지출) 다시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흑자와 적자가구가 분류된다.

◇ 흑자가구도 대출원금 갚고나면…

문제는 비소비지출에는 이자비용이 들어가지만 대출원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고 돈이 남더라도, 남은 돈이 매달 갚아야하는 대출원금보다 적다면 사실은 적자가구인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흑자액이 100만 원이라고 해서 꼭 가계에 100만 원이 남아있다고 해석을 하면 안된다"며 "그 100만 원을 부채를 갚는데 쓸 수도 있으니까 흑자율이 그대로 남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 6월 말 173.6%로 급증하면서, 이제는 대출원리금이 가계 금융에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통계에서 잡히는 상당수 흑자가구는 알고 보면 적자가구일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적자가구 비율은 2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5년 1분기 31.4%에 비하면 10%p 이상 줄어든 것이다.

◇ 대출 갚으랴, 고령화 대비하랴…가계의 이중고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대로 가계대출에 들어가는 돈이 생략돼 있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실제로 가구의 씀씀이도 줄었다. 지난 2분기 월평균 지출은 328만1천원으로 1년전과 같았고,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4.2%), 의류신발(-2.5%), 가정용품.가사서비스(-5.1%)는 물론 교육(-0.7%)까지 감소했다. 먹고, 입고, 교육하는데 쓰는 비용을 줄인 셈이다.

그런가하면 2분기 월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은 0.8%,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는 0%였다. 결국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는 가운데 소비지출을 줄여 가계가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씀씀이를 줄여 마련한 흑자로는 대출을 갚아야 하고, 또 고령화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미래에도 대비해야한다. 이같은 이중고를 안고 있는 가계의 상황이 적자가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적자가구가 줄고 흑자가구가 늘었다고 해서 마냥 좋은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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