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소유의 서울 강남 빌딩 주변에서는 최씨의 것으로 보이는 문서 등이 다량으로 폐기된 흔적이 언론에 포착됐고, '더블루K' 등 최씨가 소유한 회사의 사무실은 이미 폐쇄 상태다.
검찰의 의혹 수사 ABC는 압수수색‧계좌추적→주변인 조사→당사자 소환 같은 수순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두 재단 수사는 최씨 등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조회를 한 뒤 재단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없이 바로 관련자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가 A를 건너뛰고 B부터 시작된 모양새다.
소환된 참고인들은 대부분 "최순실씨를 잘 모른다"거나 "기금 조성은 자발적"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받아 적기 수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의 핵심인물인 최씨와 차은택씨 등은 독일과 중국으로 출국한 뒤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C수순을 밟기 위한 신병 확보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언론의 의혹 제기 속도만큼 당장 수사가 진척을 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통 압수수색 전 내사를 통해 수사의 기초를 다져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언론이 앞서가 있어 참고인조차 사실상 공개소환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유령회사 등에 대한 해외 계좌 추적도 현재로선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항변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을 바늘 허리에 꿰서는 쓸 수 없다"는 말로, 바늘구멍을 찾기까지의 시간과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현 수사 진행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 발언에 따른 좌고우면의 반영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누구라도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도설을 차단하고, 제3자 뇌물수수 가능성 등도 선긋기를 하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의 명분이 될 ‘혐의’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 한 변호사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모든 게 간단하다. 기업과 전경련, 최순실과 그 대리인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이 자금유용이나 살펴 보라고 하니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기가 군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24일 특수부 소속 검사 등을 충원해 검사 7명으로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을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