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랑이 아니었다면 임란 때 선비의 시가 전해졌을까?

신간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는 현대인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고시조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이야기로 만든 책이다. 고시조에 쓰인 언어는 당연히 요즘말과는 다르다. 그래서 기존의 책들은 어구 풀이를 중점에 두고 현대어로 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고시조는 마음으로 느끼는 하나의 문학이다. 참맛을 알려면 단순 해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시조를 지은 배경을 알고 작자의 심상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고시조를 ‘사랑’, ‘정치’, ‘자연, 풍경 그리고 풍류’라는 세 가지 테마로 분류·선별하여 수록하고 각 시조에 얽힌 사연과 배경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시조를 만나게 되고 작자의 개인적 심상까지 느껴볼 수 있다. 물론 시조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어구를 통째로 외울 필요도, 밑줄을 그어가며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저자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고시조는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책 속으로

고죽 최경창이 쓴 〈송별送別〉이란 한시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아.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을 주노라
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
함관령의 옛 노래를 부르면 무엇하랴
지금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고죽 최경창은 홍랑에게 난초를 주며 이처럼 한시를 지어주었어. 홍랑이 묏버들을 주며 시조를 지어주었듯. 한시에는 살아생전 이제는 다시 못 만날 것을 예감한 고죽 최경창의 애타는 심정이 잘 그려져 있어.
- P. 59

이런 홍랑이 아니었다면 고죽 최경창의 작품이 모두 없어지고, 지금까지 전하지 않았을 거 야. 임진왜란. 7년간의 전쟁. 전국토가 왜인들에 의해 황폐화되고, 여자들이 왜인들에 의해 능욕을 당하던 그 시기. 그 긴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떻게 살아남아 고죽의 작품과 유품들을 고이 간직할 수 있었을까.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해. 홍랑이 끝까지 지켰던 고죽 최경창의 작품들은 지금 《고죽집》이라는 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 P. 62

임형선 지음 | 채륜서 | 343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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