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바일 트렌드 2017'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모바일, 그중에서도 메신저다. IT 애널리스트 메리 미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실행되는 앱 10개 중 6개가 메신저 앱이라고 한다. 구동 횟수나 사용 시간 면에서 메신저 앱은 다른 모든 앱을 능가한다.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일제히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는 챗봇(인공지능 채팅 시스템) 서비스를 출시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날씨 정보 서비스 ‘판초’와 메신저 내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의 새로운 메신저 ‘알로’가 그것이다.
메신저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PC 기반의 시대에서 포털사이트가 플랫폼 역할을 했듯이 이제 메신저 앱이 여타의 모든 앱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도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에서 각종 생활 정보를 얻고, 쇼핑을 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굳이 스마트폰에 부담스러운 메모리를 차지하는 앱을 추가할 이유가 없다. 메신저가 플랫폼으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거대 시장이 그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모바일 트렌드 2017'은 이 같은 새로운 시장 선점 경쟁을 언급하며, 급변하는 시대에는 트렌드를 읽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 9인이 짚어낸 2017년 ICT 업계의 핵심 트렌드는 ‘컨시어지’다. 컨시어지란 본래 중세 시대에 성을 관리하는 ‘집사’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후 호텔, 백화점 등의 업계에서 VIP 고객과 일대일로 대면하며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메신저 플랫폼 시장이 열리며 컨시어지의 말뜻이 다시금 확장되고 있다. 과거 1%의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컨시어지 서비스가 인공지능의 두뇌를 탑재한 채 모바일 메신저 속으로 들어오며, 지위를 불문한 모든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로 나아가는 중이다.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제공되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일차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시피, 커머스(쇼핑) 업계에서 그 가능성을 시도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커머스 분야에서 고객과 일대일 접촉을 하는 이는 전화 상담원 등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를 챗봇이 대체하게 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부름에 달려가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이 더해지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먼저 제시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
'모바일 트렌드 2017'에서 전망하는 금융업 트렌드는 ‘로보어드바이저’다. 기존 증권사 PB의 역할 그대로, 인공지능 로봇이 시장을 읽고 종목을 선정해 자금을 운용하는 기술이 현실화되었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이곳에도 도입될 수 있다. 고객에게 친구처럼 돈 관리를 조언해주고 대신 자금을 운용해주는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자산관리사’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소유하듯, 전문 자산관리사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번 '모바일 트렌드 2017'에서는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 즉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둘러싼 시장 경쟁을 짚어본다. 통신사와 제조업체 들은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을 돌려 이제 다양한 사물인터넷 단말기에 주목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기존 스마트폰 및 가전 제조사들뿐 아니라 신규 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치열하다.
또한 포스트 스마트폰의 여러 대표 주자들 가운데 자동차가 유력 후보로 등장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처럼, 자동차 역시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로 진화하며 차량용 앱의 시장을 열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라 하면 굴뚝 산업의 대명사로 여겨졌지만, 이제 자동차 산업은 서비스 산업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모바일 트렌드 2017'에서는 그 패러다임의 변화가 바로 2017년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밖에도 광고 차단 앱이 유료 구매 앱 1, 2위를 다투는 이때 광고 시장이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TV에서 벗어나 스마트폰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모습, 2016년 중반 속초행 티켓을 매진시켰던 ‘포켓몬 고’에서 시작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 ‘포켓몬 고’를 개발한 스타트업 나이언틱을 비롯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짚어본다.
커넥팅랩 지음 | 미래의창 | 368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