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계 미르 AIRI]미래부, 규정 어기며 韓 알파고 연구원 750억 '특혜' 논란

"갓 출범해 無검증 3개월 연구에 수백억원 투입"…AI계 미르 재현?

AIRI 홈페이지 내 '연구과제 수행' 부분에서 '정부 플래그쉽 프로젝트로 5년간 매년 150억 원 예산의 과제'라며 구체적으로 못박았다. (사진=AIRI 홈페이지)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한 민간연구소 'AIRI'(지능정보기술연구소)가 출범과 동시에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과제 수행자로 AIRI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 미래부, 규정까지 어기며 갓 출범해 검증도 안된 3개월 연구에 수백억원 투입

AIRI 특혜 논란은 미래부가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으로 연간 150억원씩 5년 동안, 총 750억원의 정책 과제를 AIRI에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AIRI 홈페이지에는 '연구소 운영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에서 국책과제로 지원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또 '연구과제 수행'부분에서도 '정부 플래그십 과제로 5년간 매년 150억원 예산의 과제'로 분명히 못박았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미방위 종합 국감에서도 최양희 장관이 언급한 바 있다. 최 장관은 "정책 지정을 통해 (AIRI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행기관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김진형 AIRI 원장도 지난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공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AIRI에 대한 연구과제 방식이 '정책 지정을 통한 지원'이라는 부분이다. AIRI 선정 조건이 정책 지정 요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6년도 미래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과제 수행은 '정책지정' 또는 '공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공고에는 연구개발과제는 장관이 지정하되, 수행기관은 공모에 따라 선정하는 '지정공모'와 과제와 수행기관 모두 공모에 따라 선정하는 '자유 공모'가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 장관은 '정책지정'을 통해서 지원한다지만, 정책 지정은 연구 과제와 수행기관을 장관이 직접 지정하되 ▲ 국가 주도가 불가피한 시급한 사안이거나 ▲ 경쟁 가능한 연구기관이 없을 경우(유일무이한 연구) 등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단 AIRI는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AIRI가 수행할 인공지능 연구는 이미 전자통신연구원(ETRI), 카이스트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서울대, 포항공대 등 주요 대학교에서도 인공지능 및 로봇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은 대형 자금을 바탕으로,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도 규모는 작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만약 국가 주도가 불가피한 시급한 사안이라면, 이미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3월 사이에 특정 연구기관과 과제를 지정하고 예산도 집행했어야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득이한 경우 늦어도 6월 이내에는 완료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올해를 겨우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 11일에야 출범한 AIRI에는 현재까지 선임 포함, 10여명의 연구원이 모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연구가 시작되는 시점도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10명이서 겨우 3개월 동안의 연구에 150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 예산심사 시 국회 승인 마치고 확정된 것을 장관이 자의적으로 바꿔…'특혜' 논란

이 150억원의 출처도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도 플래그십 프로젝트 예산내역은 소프트웨어(SW)컴퓨팅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30억), IT·SW 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90억), 첨단융복합콘텐츠기술개발사업(30억)이다.

이 세 가지 사업에 대한 예산은 이미 지난해 말, 미래부 올해 예산 계획안 '과제공모형태별 투자비중'에서 정책 지정이 아닌 지정공모든 자유공모든 100% '공모'하기로 명시돼 있다. 또 '사업추진절차'에도 지정공모 또는 자유공모를 위한 '공고'를 하도록 돼있다.

즉 미래부의 모든 예산은 2016년도 예산심사 시 국회에서 승인돼 이미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장관이 자의적으로 '정책 지정'으로 바꾸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미래부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AIRI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통신 수석위원은 "굳이 정부가 다른 연구기관을 제쳐두고 자체 예산운영 규정까지 위반하면서, 이제 갓 출범해 연구 실적도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수백억원의 국책과제를 할당하는 것은 불법이자 지나친 특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 R&D 사업 과제 수행은 '정책지정' 또는 '공고'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공모'가 아닌 '공고'인데 이를 헷갈린 지적이고, 이 모든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연구에서 많이 뒤쳐진만큼 국가가 이를 시급하다고 판단한해 정책지정 과제로 선정된 것"이라면서 "예산도 아직 집행된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데 특혜로 단정하면 안 된다"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공고와 공모가 헷갈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바로 그 점 때문에 정책지정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지정 대상 과제는 공고할 필요가 없는데 이번에 AIRI에 주는 150억 과제는 예산 사업설명서에서 공'고' 대상으로 명시했고, 지정공모 또는 자유공모 대상으로 명기해서 국회의 심사절를 통과했기 때문에 정책지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실제 AIRI에 대한 미래부의 예산지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25일부터 국회 미방위는 미래부와 방통위 등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출범과 동시에 '특혜' 논란에 휩싸인 AIRI 예산도 짚고 넘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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