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 800여명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나타나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집행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때 유가족 법률대리인단 이정일 변호사 등에게 "가족들이 부검을 거부하는 입장이라면 오늘은 일단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그동안 경찰이 공문을 보내온 6차례 내내, 그리고 각종 기자회견을 통해 '부검을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냐"며 나오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몰려든 시민들은 장례식장의 모든 입구를 봉쇄했으며, 일부는 안치실 앞에서 서로의 몸에 쇠사슬과 밧줄 등을 묶고 버티면서 일대 긴장감이 흘렀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가족들이 부검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다면 오늘 중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며 느닷없이 말을 바꿨다고 유가족 측은 주장했다.
회의 이후 유가족 측은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 씨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말했지만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우리가 만날 수 있겠냐"며 "이것이 가족 입장이니 법률대리인 통해 들으시고 아버님 가시는 길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성토했다.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계속되는 이슈화는 강제부검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쌓기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명분 없는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모양만들기"라면서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꼼수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유가족 기자회견이 끝난 뒤인 1시 20분쯤 경찰은 곧바로 철수했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이라는 전제를 단 만큼, 다음 날인 24일이나 영장 만료시한인 25일 강제집행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